우리 농식품의 미각 탐험: 대지의 생명을 품고 달콤한 맛이 차오르다

추천
등록일
2023-07-31
내용

자연이 피어오르는 이 계절,

우리의 입맛을 사로잡을 달콤한 맛의 세계를 만나보세요!



참고

『맛있는 음식이란 무엇인가』, 김석영, 국립경상대학교출판부, 2017.
『우리 몸이 원하는 맛의 비밀』, 노봉수, 예문당, 2014.
농촌진흥청 농사로(nongsaro.go.kr), 농업기술길잡이.




음식의 수만큼이나 풍부한 맛의 세계



우리는 음식을 먹으며 '맛있다'는 이야기를 자주 하곤 한다.  ‘밥 한번 먹자’는 곧 ‘맛집’ 탐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혀가 느끼는 ‘맛’은 미각과 후각, 통각과 촉각을 자극하여 다양한 감각이 한데 어우러지면서 뇌가 인지하는 것이다. 맛은 크게 단맛과 신맛, 쓴맛, 짠맛과 감칠맛의 5가지 맛을 이야기하지만, 이 외에도 매운맛과 떫은맛 등 여러 가지 종류의 맛을 느낄 수 있다. 이는 혀가 칼륨, 마그네슘과 같은 각종 이온에서부터 복잡한 유기 분자까지 다양한 물질의 맛을 감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맛은 단순히 기호의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에게 이 음식이 이로울지 아닌지를 판단해 준다. 음식을 입에 넣는 짧은 순간에 혀의 미뢰에 있는 미각 세포는 이 음식을 삼켜서 소화를 시킬 것인지, 아니면 뱉어낼지 구별해낸다.


맛을 느끼는 데는 미각 수용체 외에도 입 속의 통각 수용체인 통점, 압점과 냉점, 온점도 함께 작용한다. 음식 온도를 18℃로 낮추면 맛에 대한 인지가 낮아지고, 30~37℃로 따뜻하게 데우면 단맛을 비롯한 기본적인 맛을 더욱 잘 감지할 수 있다. 물론 온도의 영향력이 모든 맛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라서 신맛은 다른 맛에 비해 온도를 낮춰 차게 먹어도 비교적 잘 감지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열을 가하면 음식의 점성이 영향을 받아 분자 운동이 활발해지는데, 이때 음식의 휘발 성분이 더욱 빨리 퍼져 나가 맛을 더 잘 감지할 수 있다. 이처럼 음식의 물리적 성질 변화 또한 맛을 감지하는 데 영향을 준다.


한편, 음식 온도가 낮아지면 맛을 잘 감지할 수 없기 때문에 쓴맛이나 강한 신맛을 가진 음식은 5℃ 이하로 차게 해서 먹어야 더 맛있다. 아이스크림이나 빙수 등 얼린 상태로 먹는 후식들은 액체 상태로 마시는 음료수보다 더 달게 만들어야 맛이 있다. 따라서 이러한 빙과류를 먹을 때는 우리가 예상한 것보다 더 많은 당이나 설탕을 섭취할 수 있다.


음식은 입으로 먹지만, 입을 통해 감지되지 못한 감각은 눈과 코, 귀 등의 여러 감각으로 보완되면서 음식 맛을 풍부하게 느낄 수 있다. 음식을 씹을 때 나는 아삭아삭한 촉감과 소리, 느낌은 음식의 독특한 풍미를 이루는 데 기여한다. 향 또한 마찬가지다. 커피 원두를 갈았을 때는 고소한 향이 커피의 맛을 기대하게 하고, 딸기를 맛보기 전에 향긋하게 퍼지는 딸기 향으로 달콤한 딸기의 맛을 느끼는 것처럼 향 또한 맛과 깊이 연관되어 우리의 기억 속에 각인된다. 이처럼 맛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다양하게 존재하고, 맛을 느낀다는 것은 무척이나 복잡한 과정을 거친다.


요컨대 혀에서 감지되는 맛은 색, 모양, 냄새, 촉감, 온도, 소리 등이 한데 어울려 보다 풍부하고 다양한 맛으로 느껴지는 것이다. 즉, 우리가 흔히 이야기하는 단맛, 쓴맛, 신맛, 짠맛 외에도 실제로 우리가 느끼는 음식의 맛과 풍미는 음식의 수만큼이나 다채롭다고 할 수 있다.



인간이 가장 사랑하는 맛 '단맛'



많은 맛 중,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맛은 단연 '단맛'이다.  ‘달콤하다’는 말은 마법과 같아서, 듣는 순간 마음까지 사르르 녹인다. 이처럼 우리의 감정과 연결되어 있는 단맛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좋아하는 맛 중 하나이다. 특히 근 몇 년간 단맛에 대한 선호는 크게 높아졌다. 소셜 빅데이터 분석 썸트렌드를 통해 온라인 상의 뉴스와 블로그, 커뮤니티, 트위터 채널을 분석해 보니 2019년에는 ‘단맛’ 키워드의 언급량이 344,764회로 전년 대비 10.55% 상승하였으며, 2020년에도 390,470회로 전년 대비 13.26% 상승, 2021년에는 520,130회로 전년 대비 33.21% 상승하였다. 무엇보다 단맛에 대한 긍정 언급 비율은 2021년 기준 65%로 ‘좋다, 맛있다, 부드럽다’와 같은 긍정적인 감성어와 함께 사용되어, 단맛을 ‘맛있고 부드럽다’라고 인식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 같은 단맛에 대한 사랑은 최근만의 일은 아니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단맛을 좋아한다. 단맛을 내는 물질에는 포도당, 과당과 같은 단당과 아미노산들이 있는데, 모유 속에는 어머니의 식사에서 유래한 수많은 향미 성분이 들어 있고, 신생아는 모든 감각 중 미각이 가장 발달한 상태로 태어난다.


뇌에서는 포도당만이 에너지원으로 사용될 수 있는데, 포도당은 단맛이 난다. 따라서 단맛을 감지하는 능력은 사람의 두뇌 활동이나 생존에 필수적이다. 단맛이 나는 식물 성분만으로 생존에 필요한 에너지를 모두 충당할 수는 없지만, 단맛을 감지할 수 있으면 흡수가 쉽고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더 잘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잘 익은 과일은 단맛이 많이 나는데, 단맛이 나는 과일은 당분뿐만 아니라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도 풍부해, 이를 잘 먹고 에너지를 비축해두면 고대에는 식량이 생산되지 않는 계절에도 살아남을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스트레스를 받을 때도 단 음식을 찾게 되는데, 입안에 단맛을 느끼면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적극적으로 영양을 더 취할 수 있고, 스트레스도 더 잘 극복할 수 있어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경이로운 맛의 발견, 벌꿀·설탕·조청



달콤함은 본능적으로 끌리는 맛이다. 그래서 인류는 오랜 옛날부터 꿀을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훌륭한 식품 중 하나로 여겼다. 이집트인은 기원전 약 3,000년 전부터 점토로 관 모양의 벌통을 만들어 양봉을 했으며, 그리스인은 오랜 시간 보존해도 변질되지 않고 고칼로리를 얻을 수 있는 벌꿀을 ‘신의 음식’으로 여겼다고 한다. 로마인들은 꿀을 하늘에서 내리는 이슬로 여겼고, 꿀을 활용한 다양한 요리를 만들어 식탁을 풍성하게 했다.


벌꿀의 성분은 약 80%가 과당과 포도당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비타민과 아미노산, 미네랄 등 풍부한 영양소를 가지고 있다. 단맛도 설탕보다 1.5배에서 2배가량 높아 천연 감미료로 불린다. 하지만, 양봉업이 발달하지 못한 시절 꿀은 생산량이 낮고 값이 비싸 아무나 먹을 수 없었다.


단맛은 오랜 시간 많은 사람이 누릴 수 없는 귀한 것으로 여겨졌지만, 18세기에 설탕이 대중화되면서 비로소 사람들은 생존에 필요한 음식 외에 여유와 즐거움을 주는 과자와 케이크, 음료수 등을 먹을 수 있게 되었다. 설탕은 현재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되는 감미료로, 사탕수수나 사탕무에서 설탕을 추출해 만든다. 동남아시아의 뉴기니가 원산지인 사탕수수는 기원전 2,000년 전 인도에 전해졌으며, 11세기에 십자군에 의해 유럽에 확산되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설탕은 수입되는 양이 적고 비싼 사치품이었으나, 18세기에 접어들어 대량 생산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즐기는 식품이 되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설탕이 대중화된 시기는 1950년대 즈음이다. 꿀과 설탕이 귀했던 시절, 우리 민족에게 단맛의 즐거움을 선사해 준 것은 다름 아닌 조청이었다. 조청은 곡물을 엿기름으로 당화시킨 후 오랫동안 고아서 걸쭉하게 만든 묽은 엿으로 우리 전통 감미료이다. 그 기원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고려 시대 이규보의 문헌 『동국이상국집』에서 엿기름을 이용해 만든 엿이나 감주를 감미료로 사용했다는 기록으로 미루어 그 이전부터 엿과 조청을 만들어 먹었던 것으로 추측된다. 『동의보감』에는 엿과 조청의 효능에 대해 ‘허한 것을 보하고 갈증을 멈추며, 비위를 든든하게 하고 몰린 피를 헤친다’라고 기록되어 있으며, 조선시대 의약서인 『향약집성방』에는 ‘갈증을 없애고 어혈을 다스린다’라고 전한다. 식품이면서 동시에 약용으로 쓰여온 조청은 그 자체로 자랑스러운 우리 고유의 단맛이라고 할 수 있다.
자연 그대로의 우리 농식품에는 깊은 풍미와 함께 입맛을 돋우고, 음식의 맛을 좌우하는 건강한 단맛이 담겨 있다.


주황색이 시선을 사로잡아 입맛이 돌게 하는 당근은 사시사철 쉽게 구할 수 있어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당근은 녹황색 채소 중 베타카로틴 함량이 가장 높은데, 베타카로틴은 체내에 흡수되면 비타민 A로 전환되어 눈 건강에 도움이 된다. 비타민 A는 기름과 함께 섭취하면 흡수율이 높아지므로 당근을 기름에 살짝 볶거나 튀겨 먹으면 좋다. 이 외에도 루테인, 리코펜 성분이 풍부해 눈 건강과 시력 개선에 도움이 되며, 면역력을 높이고 고혈압과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역할을 한다. 당근을 고를 때는 표면이 매끈한 것이 단맛이 강하고, 단단하면서 휘지 않은 것이 좋다. 주황색이 선명하고 진할수록 영양소가 풍부하다. 껍질은 벗겨서 사용할 수 있지만, 베타카로틴이 풍부하므로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내 껍질째 먹도록 하자. 당근은 여름에는 경남, 가을에는 평창 고랭지, 겨울에는 제주에서 주로 수확한다. 계절에 따라 주 생산지가 달라 우리나라 곳곳의 제철 당근을 맛보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다.



첨부파일

댓글쓰기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