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가장 ‘힙’한 우리술의 가능성을 만나다 : 비주류에서 주류로 요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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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09-29
내용

우리술의 춘추전국시대가 열렸다고 해도 좋을 만큼 품질 좋고, 품격 높은 우리술이 주류시장의 
판도를 바꾸고 있다. 젊은 층을 사로잡아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연일 완판 매진 중이거나, 
미국인이 한국 전통식으로 만든 소주를 뉴욕에서 팔아 성공하는 등 
우리술에 대한 반응이 뜨겁다. ‘힙’한 매력으로 비주류에서 주류로 우뚝 올라선 우리술을 만나본다. 

글 편집부 
참고 『향기로운 한식, 우리술 산책』, 허시명 외, 푸디, 2016. 「2020년도 주류산업정보 실태조사」

우리술, 우리 문화를 이어가는 것

술은 오랜 시간 우리의 삶과 함께해 온 식품이다우리 조상들은 제사를 올릴 때나손님을 맞이할 때도 술을 차려냈고음식에 술을 곁들이는 반주 문화나 노동과 함께 하는 농주 문화 등 일상 가까이 늘 술이 있었다.
 
사실 인류의 역사만큼이나 오래된 술의 기원을 정확하게 찾기는 어렵지만현재 우리에게 전승되고 있는 술은 농사를 짓기 시작한 무렵부터 존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문헌에 의하면 고대와 삼국시대에 술에 대한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으며고려시대에는 증류주인 소주가 몽골에서 전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조선시대에 왕들이 통치의 수단으로 금주령을 곧잘 내린 사실을 알 수 있어 술을 먹는 것이 보편화되었던 것으로 보인다조선 후기에 와서는 지역마다 특색 있는 술이 존재하였고조선시대 물류의 중심이었던 독막과 마포나루 부근에서 삼해주를 수천 독 빚었다는 얘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유통량도 늘어났던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조선시대의 술은 그 명맥이 근현대로 이어오지 못했다조선주조사에 따르면 1910년 무렵에는 조선 전체 가구 수의 1/7이 술을 빚어 먹었으나, 1934년 조선총독부가 통치 자금의 확보 차원에서 세금을 각출하기 위해 자가용 술 제조 면허제를 폐지하며 집에서 술 빚는 행위가 모두 불법이 되어 술이 엄격히 통제되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출범했지만한국전쟁과 1960년대 경제개발 시대를 거치는 동안에도 주세 정책은 일제강점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특히, 1960년대 중반에는 양곡을 원료로 하는 주정과 소주 제조를 금지하고 탁주와 약주에 쌀 사용을 금지하면서 양조장 수가 줄어들고 우리술은 경쟁력을 잃게 되었다이후 대형 희석식 소주 체제가 성립되었고경제 성장과 인구 증가로 술 소비량도 늘면서 맥주 생산량이 함께 늘어나 1980년대에 막걸리의 퇴조가 눈에 띄게 나타났다그러다가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한국 문화로서의 전통주에 대한 보전 노력이 진행되었고, 1990년부터는 다시 쌀로 술을 빚을 수 있게 되면서 전통주가 상품화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010년에는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약칭 전통주 산업법’)이 마련되어 전통주 활성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체계화되었다더불어 2016년에는 소규모 주류 제조 면허 법령이 만들어져 과거 주막처럼 음식점에서 면허를 내고 술을 빚어 팔 수 있게 되어음식과 술을 함께 즐기는 우리 문화를 이어갈 수 있게 되었다.
 
2009년부터는 농림축산식품부 주관으로 해마다 우리술 품평회가 열리고 있으며매년 우리술 대축제를 통해 우리술의 가치와 우수성을 알리고다양한 지원 사업을 통해 우리술의 보존을 위해 힘쓰고 있다.

우리 농산물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우리술

주세법상 술은 알코올 함량 1도 이상의 음료다우리나라에서는 전통주 산업법에 따라 전통주를 주류 부문의 무형문화재 보유자가 제조한 술대한민국 식품명인이 제조한 술그리고 지역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하는 술 중 제조면허를 받은 지역 특산주로 구분하고 있다현재 우리나라 전체 주류 제조면허는 2,500여 개이중 전통주 제조면허는 1,273개로 전체 주류 면허의 50%에 육박한다더불어 2017년부터 전통주에 한해 통신판매(온라인 판매)를 허용하면서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전통주를 판매하는 고급 음식점이 늘어나면서 전통주에 대한 인식도 변화하는 추세다.
 
그러나 이 같은 변화에도 불구하고, ‘우리술은 과거와 전통이라는 이미지에 묶여 대중의 관심에서는 조금 벗어나 있었다외국에서 들여온 세계 맥주는 잘 팔려도우리술은 주목받지 못했다그런데 최근 우리술의 기류가 달라지고 있다오래된 것들을 새롭게 재해석하는 뉴트로 열풍과 맞닿아우리술에 젊은 세대가 반응하기 시작한 것이다희석식 소주와 맥주의 점유율이 90%에 가까울 만큼 획일적인 모습을 이어온 국내 주류시장에서, 100% 국내산 쌀을 원료로 만든 전통 증류식 소주가 젊은 층을 사로잡아 품절 대란을 일으키며 연일 이슈가 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현상이다뿐만 아니라미국인이 한국 양조장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 전통식으로 만든 술을 뉴욕에서 팔아 성공하면서 국내외적으로 한국 술의 인지도도 높아가고 있다.
 
자신만의 개성을 추구하며 다양한 소비에 가치를 두는 MZ세대가 지역 농산물로 특색 있게 만든’ 우리술에 관심을 보이는 모습은우리 땅에서 자란 우리 농산물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다.
 

우리술을 만드는 우리 농산물

술의 주재료가 되는 곡물은 쌀과 밀이다술을 빚을 때 사용되는 쌀은 용도에 따라 도정을 달리 하는데막걸리용은 백미를 그대로 이용하지만 약주나 청주는 장기 보관을 위해 쌀을 더 깎아내기도 한다쌀은 겉 부분에 단백질과 지방미네랄이 많이 함유되어 있어 오래 저장하면 술의 색과 맛이 짙어진다일반적으로 술에는 백미를 많이 사용하며술 빚기 좋은 쌀은 알이 굵고 흡수성이 좋으며고두밥이 잘되고 고르게 익는 특징이 있다.

밀 또한 술을 빚을 때 주로 사용되는 원재료에는 밀이 있다통밀가루는 입자가 거칠어서 뭉쳤을 때도 일정 두께까지는 통기가 가능하고곰팡이균사의 성장이 좋으며밀기울과 배아에 많이 함유되어 있는 단백질무기질비타민 함량이 높아 주로 전통 누룩 제조에 사용된다밀가루는 196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까지 막걸리 제조에 가장 많이 사용되는 전분 원료였지만, 2000년대에 들어 막걸리 원료로 쌀이 보편화되면서 주원료로 사용되는 양이 감소했다최근에는 밀을 100% 사용한 막걸리의 생산은 매우 적어대부분은 밀 입국*을 이용해서 밑술을 만든 후 본 발효에서는 쌀을 이용한 막걸리가 많이 생산되고 있다.
입국 곡물을 찐 후 곰팡이류를 파종하여 번식시킨 발효제.

전통이 담긴 우리술

탁주
우리술 하면 떠오르는 가장 대중적인 술은 막걸리다막걸리는 보통 탁주와 같은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막걸리는 막 거른 술을 뜻하는데 이때 은 방금 걸러 신선한의 의미와 마구 걸러 거칠다는 의미를 지닌다막걸리는 맑은 술 약주(청주)와 비교하였을 때 탁하고 흐리며 알코올 함량도 낮다. 1988년 서울올림픽이 열리기 전까지 가장 많이 마셨던 대중적인 술이다.
 
약주(청주)
약주는 그 뜻 그대로는 약효가 있거나 약재가 들어간 술을 의미하는데일반적으로는 맑은 술을 지칭한다주세법이 제정되면서 청주로 불리던 맑은 술이 약주로 불리게 되었고청주는 일본의 사케’ 형태의 술을 지칭하는 것으로 불리게 되었다.
전통 약주는 물을 적게 넣어 되직하게 발효시키는데물이 적으면 단맛이 강한 술이 만들어진다주세법에서는 약주와 청주를 누룩의 사용 여부에 따라 구분한다누룩을 1% 이상 쓰면 약주고 1% 미만 쓰면 청주다대표적인 전통 약주에는 솔잎이 들어간 솔잎주’, 연잎이 들어간 연엽주가 있고꽃이 들어간 매화주’, ‘복사꽃술(복숭아 꽃술)’, ‘두견주(진달래꽃술)’가 있으며식물의 뿌리와 줄기열매 등을 넣은 오가피주’, ’구기자주’ 등이 있다.
 
소주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소주는 주로 녹색병에 담긴 희석식 소주로전통 증류식 소주와는 차이가 있다국내 주류시장에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희석식 소주는 아열대 지방의 타피오카옥수수 전분 등 저렴한 원료로 만든 주정에 물을 희석해 만든 것이다이렇게 만든 희석식 소주는 원료에서 생성되는 다양한 향기 및 성분이 사라져 기호성은 상실되고생산 단가를 낮추는데 집중되어 있다.
 
반면 전통 소주는 증류식 소주로 쌀보리 등 다양한 곡물을 발효시켜 증류한 고급술이다현재 지역 문화재로 지정된 이강주’, ‘안동소주’, ‘진도홍주’ 등의 증류식 소주는 쌀로 술을 빚게 된 1990년 이후에 다시 생산되기 시작했다최근 MZ세대의 주목을 받은 증류식 소주들은 희석식 소주가 아니라 이 같은 전통 증류식 소주로 만들어졌다.
 
과실주
이 외에는 대중적으로 많이 알고 있는 과실주가 있다와인을 포함해 복분자주매실주와 같이 과실을 발효시켜 만든 술을 과실주라고 한다과실주는 지역 대표 과실의 특성을 살려 빚는 경우가 많은데지역의 토양과 기후의 특성을 담고 있다우리나라에서는 지역별로 포도나 사과복숭아딸기머루 등을 사용해 만들고 있다.

새로운 술 문화의 확산, 우리술의 관심과 이해로

젊은 층에서 우리술을 음용하기 시작하면서 음주문화도 자연스럽게 변화의 국면에 섰다지난 코로나19 팬데믹은 홈술(집에서 먹는 술)’, ‘혼술(여럿이서 먹지 않고 혼자 마시는 술)’ 문화가 정착하는 분기점이 되었다고 볼 수 있다시장조사기관인 엠브레인 트렌드모니터가 2021년 11월 주류 음용 경험이 있는 전국 만 19세 ~ 59세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전체 응답자의 72%가 술집과 식당에서 과하게 음주하는 것보다는 집에서 간단하게 즐기는 술이 더 좋다고 응답하였고, ‘혼술’ 비중은 2018년 36.4%에서 2021년 43.6%으로 7%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예전에 비해서 강압적인 음주 문화가 많이 사라진 편이고술자리에서 술을 억지로 권하는 경우가 줄어든 것 같다고 답했다이전에는 회식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함께 마시고 취하는 술 문화가 일반적이었다면요즘은 술을 즐기기 위해서 마시는 문화가 확산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이러한 문화는 앞으로도 우리술에 대한 관심과 이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우리 농산물로 빚은 우리 고유의 술을 만들어 우리땅과 농산물의 가치를 담은 문화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여전히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 것을 지켜 우리다운 멋을 보여줄 수 있는 우리 농산물의 새로운 지평이 열리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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