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꿀며드는 꿀벌 이야기: 꿀벌과 함께 하는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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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3-07-05
내용

'꿀잼', '꿀 케미', '꿀 뚝뚝', '꿀 보이스' 등... 전례 없이 SNS는 '꿀' 전성시대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기후 변화, 환경오염 등으로 꿀벌이 감소하고, 벌꿀 생산량도 줄어드는 꿀 위기의 시대!
꿀벌에 대한 관심과 돌봄이 절실한 요즘, 이들에 얽힌 다양한 이슈와 트렌드에 대해 살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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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사라졌다!
돌아오지 않는 꿀벌들

지난 2022년 봄, 양봉 농가에서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지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관계 기관은 전국적으로 약 60~70억 마리의 꿀벌이 실종된 것으로 추정하고, 꿀벌이 사라진 가장 큰 이유로 꿀벌 기생해충인 꿀벌응애와 기후 이상(겨울철 이상 고온), 화학농약의 사용 등을 지적했는데요. 그해 11~12월 사이에 이상 고온으로 봄꽃이 피면서 노화한 일벌이 일하러 나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것이죠. 일벌이 돌아오지 않자 유충이 집단으로 폐사하는 벌집군 붕괴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꿀벌에 기생하는 진드기인 응애의 창궐과 응애 제거를 위해 뿌려진 화학비료와 농약에 꿀벌이 만성적으로 노출되면서 면역력이 저하된 것으로 보았습니다. 올해 봄에도 월동을 하면서 소멸 피해를 본 벌통이 많다고 합니다.

전 세계 벌은 기후 변화, 서식지 감소,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으로 인해 현재 멸종 위기에 처해 있습니다. 꿀벌들이 사라지는 CCD(Colony Collapse Disorder, 군집 붕괴 현상) 현상은 전 세계적인 추세이죠. 우리가 먹는 농작물의 70% 이상은 꿀벌과 나비 등의 화분매개자의 수분(Pollination, 꽃가루받이)으로 열매를 맺고 있습니다. 꿀벌이 사라진다는 것은 우리의 먹거리가 사라진다는 의미이고, 이는 곧 식량 위기를 초래하기도 합니다. UN 산하의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는 기후 변화와 각종 환경오염 등으로 세계적인 화분매개자가 감소하면서 식량안보를 위협한다고 발표한 바 있습니다. 꿀벌이 국내 생태계에 미치는 경제적 가치는 약 6조 원으로 추산되는 바, 농작물 대다수가 꿀벌에 의한 화분매개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에서 꿀벌 감소는 자칫 재난이 될 수 있습니다.


양봉도 스마트하게!
스마트 벌통

꿀벌 개체수가 줄어들면서 양봉 농가뿐만 아니라 농작물 재배 농가도 비상이 걸렸습니다. 화분매개벌의 생존기간과 활동에 따라 농작물 생산에 영향을 주기 때문인데요. 국내 농작물 재배 농가에서는 한해 평균 61만 개의 화분매개용 벌통이 농작물 수분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간 농가에서는 비닐하우스와 같은 온실에 벌통을 가져다 놓고 화분매개에 이용했지만, 꿀벌의 생존을 늘리는 환경을 개선시키는 데는 한계가 있었죠. 이를 보완하고자 농촌진흥청은 지난 2018년부터 스마트 벌통 개발을 시작하여 2023년부터 농업 현장에 사용될 수 있도록 보급하고 있습니다.

스마트 벌통은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이용해 꿀벌이 최적의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고안되었습니다. 벌통 내부에 센서를 장착하여 자동으로 온·습도를 관리하며, 벌이 내뿜는 탄산가스를 환기시켜주는 기능을 탑재하여 벌의 활동에 최적화된 환경을 제공하는데요. 내부에 설치된 카메라가 벌의 움직임을 10분의 1초씩 딥러닝(심화학습)하여 벌의 활동 상태를 실시간으로 생산자에게 제공합니다. 벌의 상태를 쉽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에 벌에 문제가 생기면 신속하게 벌을 교체할 수 있어 효율적 관리가 가능하고 이는 생산력 증대로 이어집니다. 스마트 벌통을 이용한 결과, 벌의 생존이 기간이 68일 늘고 딸기, 토마토 등의 시설 작물의 생산량도 각각 6%, 15% 증대하기도 했습니다. 앞으로는 노지 작물이나 스마트팜에도 스마트 벌통을 적용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빌딩 옥상에 무슨 일이?
도시 양봉

도시 양봉은 꿀벌 생태계와 도시 생태계를 복원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도시 양봉이란, 도시 건물이나 옥상에 양봉장을 만들어 벌들이 화단이나 공원에서 꿀을 채취하도록 하는 것을 말하는데요. 무미건조한 도시에서 꿀벌을 사육하려면 꿀벌이 좋아하는 식물을 더 많이 심게 되고 이로 인해 생산되는 씨앗과 열매를 먹는 소형 동물들이 발생하게 되어 그동안 무너졌던 도심 생물 생태계의 일부가 자연스럽게 복원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최근 사회적 기업과 몇몇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도시 양봉 프로그램은 꿀벌의 중요성을 알리고, 양봉산업 육성을 도모하며 자활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양봉의 경우 벌꿀, 로열젤리, 프로폴스 등 다양한 양봉 산물을 생산해 소득 창출도 유리한 편이죠. 계절별 봉군 관리, 양봉 산물을 이용한 상품 개발 등 양봉에 필요한 기초지식부터 전문 기술까지 고루 배울 수 있고, 직접 벌꿀을 채취할 수 있는 실습 기회를 주어 적극적으로 창업을 돕고 있습니다.

꿀벌을 살리고 지킨다!
꿀벌 구조대

한편, 도시 양봉을 하는 사회적 기업인 어반비즈서울(urbanbeesseoul.com)은 서울성동소방서 등과 협약을 맺고 2019년부터 ‘꿀벌 구조대’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도시 내 자연 공간이 줄어들면서 꿀벌이나 말벌이 사람이 사는 곳에 둥지를 틀어 피해 사례가 잇따랐었죠. 그간 소방서에 벌집 제거 요청을 하면 물대포와 화염방사기로 꿀벌을 제거했지만, 꿀벌 구조대 활동가들의 도움으로 벌들을 죽이지 않고, 벌무리를 구조하여 벌통으로 옮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구조된 벌은 도시 양봉장으로 이동하여 도시 양봉가들이 키우게 된다는 사실! 꿀벌 구조대에서 말벌 포획은 숙련된 양봉가가 하지만, 말벌 포획기 설치는 일반 시민도 참여할 수 있습니다. 꿀벌을 위해 작지만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는 것도 꿀벌 멸종 위기를 극복하는 데 일조할 수 있겠죠?

얼마 전 헐리우드 배우 안젤리나 졸리는 여성 양봉가들을 지원하기 위해 꿀벌 6만 마리를 온몸에 덮은 채 사진전에 등장하여 세계인들의 주목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꿀벌의 멸종으로 도래할 생태계의 붕괴가 미래의 일 이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이라는 것을 충분히 일깨워주었지요. 지구상에 꿀벌이 사라지면 식물이 멸종하고 인류도 4년 안에 사라진다는 아인슈타인의 경고를 흘려들어서는 안 됩니다. UN은 개체 수가 급감하고 있는 꿀벌을 보존하자는 의미에서 매년 5월 20일을 ‘세계 벌의 날’로 지정하여 기념하고 있습니다. 꿀벌을 지키고 살리는 것은 인류의 미래를 돌보는 것임을 다시 한번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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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수 이영보(국립농업과학원 양봉생태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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