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라이프 파머(Life Farmer)'가 되는 세상을 꿈꾸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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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3-08-08
내용


귀촌한 농부에서 도시 사람들에게 농촌의 가치를 전하는 로컬 크리에이터가 된 젊은 농부. 
농라이프 디자인 그룹 ‘㈜뭐하농’의 이지현 대표를 만나 농업으로 이루는
행복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습니다!






'뭐 하는 농부'가 만드는 농업 문화 플랫폼


산들산들 불어온 바람에 풍경이 싱그러운 소리를 내자 도시에서 묻혀 온 어지러운 공기가 흩어지는 것 같습니다. 고요하면서도 생명력이 넘치는 자연 속에 있으니, 온몸의 감각이 곤두섭니다. 조경을 전공한 이지현 대표는 팜 카페, 채소 문화 공간 ‘뭐하농 하우스’를 설계하면서 계절의 변화를 한눈에 느낄 수 있도록 시각, 촉각, 청각까지 세심하게 신경 쓰고 실내에서도 자연의 경치를 누릴 수 있도록 하였어요.


2017년 충북 괴산으로 귀촌하여 유기농 표고버섯 농사를 짓던 이지현 대표는 3년 전 농부 친구들과 함께 ‘뭐 하는 농부들’을 뜻하는 ‘㈜뭐하농’을 출범했어요. ‘사람을 살리고 자연을 살리는’ 직업이 농업이라는 확고한 신념으로 귀농했지만, 농사를 지으면서 농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너무 낮다는 것을 체감했지요. 그래서 이러한 인식을 바꾸고자 2020년 농업 문화 플랫폼인 ‘뭐하농 하우스’를 시작으로 다양한 농업 콘텐츠를 구상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농부는 진짜 멋있다’라는 생각을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런데 말로 하려니 오히려 벽이 높아지는 것 같았지요.
그래서 ‘농부가 얼마나 멋진 직업인지 아세요?’라고 묻지 않고
몸소 체험해 가며 농업의 라이프스타일을 누리게 하는 방법을 생각했어요."

자연 속에서 살아가면서 느끼는 순간순간의 기쁨, 오늘 맛볼 수 있는 제철 농산물의 맛과 같은 농사의 즐거움과 농업의 가치를 문화적으로 접근하여 보여주는 것입니다. ㈜뭐하농은 ‘모두가 농부가 되게 하는’ 농라이프를 디자인하는 회사가 되었어요.






농업의 라이프 스타일을 디자인하다


이지현 대표는 조경학을 전공하고 국책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일했습니다. 일한 지 1년쯤 지났을 때 바빠서 남편과 저녁 한 끼 제대로 먹을 수 없는 현실에 회의가 느껴졌지요. 불투명한 미래를 위해 오늘을 너무 희생하며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늘이 행복한 삶’을 찾아 귀농을 결심했어요. 농사는 쉽지 않았지만, 많은 선배 농부의 도움을 받으며 농사의 가치, 농부의 철학을 체득할 수 있었습니다.


㈜뭐하농이 유명해진 것은 ‘뭐하농 하우스’ 덕분이에요. 지역에서 생산되는 채소와 과일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로컬 채소 디저트 카페인 ‘뭐하농 하우스’는 단순한 카페가 아니라 주기적으로 파티와 공연을 열며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여러 세대가 오가는 커뮤니티의 역할을 하지요. 농촌의 매력을 담은 문화와 예술, 교육 콘텐츠를 알리는 다양한 일을 하는 거점이 바로 이곳입니다.


2021년 카페 ‘뭐하농 하우스’를 열고, 이어서 2022년 로컬 디자인 편집샵 ‘뭐하농 스토어’, 창업 공유 공간 ‘스페이스 투 크리에이트’, 농부 공유 주방 ‘뭐하농 팜 키친’과 농부 취향 책방 ‘뭐하농 북 스페이스’도 오픈했어요. 올해는 농업이 다양한 곳에 스며들어 있다는 의미를 담은 ‘X-nong’ 브랜드 출시를 앞두고 있고, 농업의 예술적 경험을 일상의 라이프스타일로 체험할 수 있는 ‘농작소’를 오픈할 예정입니다.




"농업의 가치를 농산물을 넘어서, 나를 돌보고 자연을 돌보고
그렇게 함께 살아가는 일상 문화적 가치로 전달하고 싶어요. 
일상에서 농업을 문화적으로 스며들게 하여 누구나 ‘라이프 파머’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죠."






모두가 행복한 아름다운 생산 공원, '모두의 밭'


올해 가장 기대되는 것은 ‘모두의 밭’이에요. 50 여종의 채소와 허브를 재배하는 ‘모두의 밭’은 사적 공간이었던 밭을 공적 공간으로 확장하여 자연과 자연,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이 함께 더 즐겁고 건강한 공간을 만드는 생산 공원입니다. 단순한 텃밭이 아니라, 정원이자 공원으로서 공공성을 가지는 공유 밭인 셈이지요. 농사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한 가지 작물을 대량 생산해야 하는데, ‘모두의 밭’에서는 동반작물을 재배하여 밭을 아름다운 정원처럼 가꾸고, 식물도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했어요. 동반작물은 함께 키웠을 때 병충해를 억제하고, 경작지의 효율을 증대하는 등 상호보완이 가능한 한두 가지 이상의 식물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비트’와 ‘루콜라’를 함께 심으면 ‘루콜라’의 매운 향기가 달콤한 ‘비트’ 잎을 감춰주어 야생동물로부터 보호를 받을 수 있지요. 이렇게 하면 농약과 화학비료를 쓰지 않고도 작물을 건강하게 재배할 수 있어요. 이 같은 동반작물을 3년간의 실험 끝에 18개의 타입으로 만들었어요.


올해는 ‘모두의 밭’ 멤버십을 운영하는 첫해입니다. 1년 동안 일정 비용을 내고, 언제든지 와서 밭을 함께 가꾸는 것이지요. 일정 땅을 분양받아 밭을 만들고 가꾸는 주말 농장이나 주말 텃밭과 혼동하기 쉽지만, 이와는 전혀 다른 개념이에요. 개인의 농장이 아닌 ‘우리 모두의 밭’으로 함께 만들어 가고 함께 누리는 정원입니다. 멤버십이 되면 월간 1회 정기 활동뿐만 아니라 365일 언제나 이곳에 와서 자연을 누리고 갈 수 있어요. 올해는 35명 정도의 멤버십으로 운영되고 있어요. 시작하기 전에는 운영이 될까 걱정이 많았지만, 멤버들이 자주 와서 밭을 돌보면서 행복해하는 것을 보면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오늘이 행복한 삶'을 위한 도전


올해 ㈜뭐하농은 괴산에 이어 경남 밀양에 ‘모두의 밭’을 시도했어요. 밀양시 소통 협력 센터에서 시민들을 위한 공간 구성을 ㈜뭐하농에게 의뢰한 것이지요. 9년 전 폐교된 밀양대학교 부지 내 옥상에 공간을 마련하여 멤버가 모집될까 우려했지만, 홍보 포스터를 붙이기도 전에 온라인 마감이 끝났습니다. 도시에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더 재미있게 커뮤니티 활동을 하는 것을 보면서 도시에서도 ‘농라이프’가 된다는 가능성을 보았지요. 내년에는 지역을 넓혀 부산에서 진행하는 것도 논의 중입니다. ‘모두의 밭’이 도시에 생태적, 경관적 역할, 그리고 커뮤니티 회복 역할을 하는 새로운 공원으로서 농업의 가치를 전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습니다.




"단지 밭을 가꾸는 농부가 아니라, 누구나 삶을 경장하는 '라이프 파머'가 되어서
‘오늘이 행복한 삶’을 함께 누렸으면 좋겠어요.
자연을 돌보고 사랑할 뿐만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고 돌볼 줄 아는 사람이 되는 것이 ‘라이프 파머’라고 생각해요."


함께 살아가는 일에 가장 큰 가치를 두고,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이루며 농부의 영역을 확장하는 것. ㈜뭐하농이 추구하는 이 같은 가치는 농촌 문화의 새로운 도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들 살리고 자연을 살리는 일은 결국 사람만이 할 수 있지요. 농부는 그 위대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입니다. 농업 문화 플랫폼의 새로운 혁신을 불러온 ㈜뭐하농이 농촌의 또 어떤 즐거움을 찾아낼지 궁금해집니다. 우리 농업의 미래가 더욱 든든해지는 이유이지요.




이한나 사진 박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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