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힌 곳은 뚫고, 허한 곳은 보충하는 몸에 좋은 신맛, 건강하게 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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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3-08-08
내용

신맛에도 강한 신맛과 약한 신맛이 있습니다.
맛에 따라 먹었을 때 우리 몸속에서 하는 기능도 다르죠.
소화를 돕고 입맛을 돋우는 신맛을 건강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봅니다!





신맛에도 종류가 있다

한의학에서 신맛(酸味)은 크게 강한 신맛과 약한 신맛 두 가지로 나눕니다. 오미자의 시큼한 맛과 사과의 신맛, 갓 담근 현미식초의 신맛과 오래 묵힌 발사믹 식초의 신맛은 각기 다르며 그 효능도 다르지요. 이때의 강약은 산이나 염기의 pH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강한 신맛은 뇌에서 통증으로 인식해서 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입에서 침이 나오지 않고 끝맛이 텁텁하거나 쓴 느낌을 주며 긴장하게 만듭니다. 약한 신맛은 몸을 이완시켜 부교감신경이 항진되어 침이 나오며 끝맛이 달고 상큼하지요. 이 두 맛은 전혀 다른 맛이어서 먹었을 때 침의 유무와 끝맛으로 구별할 수 있어요.

강한 신맛을 물에 섞어 묽히면 강한 신맛이 약해질 뿐, 약한 신맛으로 변하지 않아요. 약한 신맛을 농축시켜도 약한 신맛이 강해질 뿐, 강한 신맛으로 변하지는 않습니다. 맛이 다른 만큼 우리 몸속에서도 정반대로 작용합니다.





막힌 곳을 뚫는 '강한 신맛'

강한 신맛은 막힌 곳을 뚫는 작용을 합니다. 예를 들어 어린 시절 과학실험을 할 때 염산이나 황산을 옷에 떨어뜨리면 옷이 녹으면서 구멍이 뚫리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것이 강한 산의 작용이에요. 강한 신맛이 나는 음식이나 약초도 우리 몸에서 뚫거나 녹게 하는 작용을 합니다.

음식을 먹고 체했을 때 매실 농축액을 물에 희석해서 마시고, 육류 등 기름진 음식을 먹을 때 새콤한 샐러드를 곁들이거나 초를 살짝 뿌려 신맛이 돌게 하는 것도 막힌 곳을 뚫어 소화를 돕기 위해서입니다.

그러나 강한 신맛을 많이, 자주 먹으면 뼈나 이를 녹일 수 있어요. 『동의보감』에서는 청매실, 모과, 석류, 산사 등의 강한 신맛을 띤 과일을 많이 먹으면 뼈와 이가 손상될 수 있다고 주의를 줍니다. 특히 뼈가 약한 노인이나 골다공증이 있는 환자의 경우 강한 신맛을 섭취할 때 주의가 필요해요. 그러므로 매실, 석류, 산사 등의 과일은 발효시켜서 강한 신맛을 어느 정도 약한 신맛으로 만들어 먹는 것이 좋아요.





허한 곳을 보충하는 '약한 신맛'

약한 신맛은 수렴하는 작용을 합니다.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고, 허한 곳을 실해지도록 하는 것이지요. 다시 말해 몸의 진액과 기력이 밖으로 새는 것을 틀어막아 몸을 보합니다. 예를 들어 오미자, 산수유, 유자차 등의 새콤한 맛의 음식을 먹으면 몸이 움츠러들면서 피부 구멍이 닫히고 닭살이 돋는 현상과 같아요. 기침, 다한증, 설사, 단백뇨 등의 환자가 약한 신맛의 식품을 먹으면 수렴 작용으로 증상이 완화됩니다.

또한 봄에 춘곤증이 생길 때 봄나물을 새콤하게 무쳐 먹거나,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릴 때 새콤한 과일인 포도, 매실, 오미자, 복숭아 등을 먹으면 기운을 끌어모아 몸이 허해지는 것을 막을 수 있어요. 남자에게 좋다고 알려진 새콤한 맛의 산수유도 정액이 새지 않도록 수렴하는 작용을 합니다.





여름철 기력 보충에 좋은 신맛

여름철은 무더워서 몸속 진액과 기력이 땀으로 새어 나가고 뱃속은 차가워져 몸이 허약해지는 계절이에요. 그러므로 약한 신맛을 많이 보충하면 활력을 찾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여름철 보양식의 특징은 진기 소모량이 많은 것을 보충해 주고, 땀을 많이 흘리는 것을 막으며 허약해진 몸의 기운을 끌어들여요. 또한, 차가워진 속을 따뜻하게 해주고, 약해진 콩팥을 보하여 무더위를 소변으로 빼줍니다. 약한 신맛을 띠는 오미자와 매실차는 땀을 멎게 하고 진액과 기력을 보충해 주는 데 좋습니다. 새콤한 맛의 부추도 기력을 보충하면서 속을 데워주는 채소입니다. 식초 중에서도 오래 묵혀 약한 신맛을 띠는 흑초나 발사믹 식초를 복용하면 진액과 기력이 새는 것을 막을 수 있어요.

한의학에서는 허실(虛實)을 중요하게 여겨 이에 맞는 처방을 합니다. 약한 신맛은 허약한 사람, 허약한 질병에 좋아요. 나이 든 노인이나 환자가 조금씩 먹으면 좋은 맛이지요. 반대로 기운이 너무 실하거나 어깨와 피부가 돌처럼 단단하게 뭉친 사람에게는 이와 같은 약한 신맛은 기운을 더 뭉치게 하므로 적합하지 않아요. 여름철 내 몸에 맞는 신맛 음식을 먹으면 몸의 기운을 보충하고, 더불어 잃었던 입맛도 찾을 수 있어요!



최철한(본디올대치한의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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