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변화를 읽고 참신하게 나아가다 : 명인안동소주 박재서 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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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09-30
내용

안동소주는 고려시대부터 전승되어 온 700년 전통의 우리나라 명주 중 하나이다.
안동 지방의 좋은 물과 쌀로 빚어 오랜 기간 숙성시켜 만든 순곡 증류주인 안동소주는
우리 전통주만의 깊은 맛을 간직하고 있다한국 전통의 증류식 소주를 3대째 잇고 있는 명인안동소주의 박재서 명인을 만나 전통의 참된 의미를 되새겨보았다.
 
글 이한나 사진 박나연


700년 전통의 우리나라 대표 명주 ‘안동소주’

최근 다양한 맛과 품질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값싼 희석식 소주가 중심이었던 소주시장이 증류식 소주에 대한 관심으로 변화하고 있다증류주는 쌀좁쌀수수 등 우리나라 각 지역에서 생산되는 원료를 증류한 술로귀한 곡식을 사용하여 제조된 술이었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매우 귀중한 술로 여겨져왔다.
 
경북 안동 지역의 술로 널리 알려진 안동소주는 1281년 고려와 몽골의 연합군이 일본 정벌을 위해 병참기지를 안동과 개성에 두면서 원나라에서 전해온 레시피가 시간이 흘러 토착화되면서 만들어진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안동소주는 700년 넘게 안동의 여러 가정에 전승되며 명맥을 이어왔고 은은한 향과 특유의 감칠맛으로 현재까지도 많은 애주가들이 찾는 소주가 되었다.

전통과 현대의 집약체, 명인의 안동소주

안동에는 소주를 빚는 곳이 많지만그중에서도 반남 박씨 가문의 25대손인 박재서 명인의 명인안동소주는 500년 넘게 가문에서 이어져 내려오는 비법으로 소주의 명맥을 잇고 있다명인이 제조하는 안동소주의 뿌리는 조선 명종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당시 반남 박씨 10대손인 유학자 은곡 박진이 안동에 정착한 뒤 정부인 안동 권씨가 가양주로 빚은 것이 유래하여 안동의 긴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전통 소주라고 할 수 있다하지만전통주에 대한 관심이 적은 시기도 있었기에 안동소주의 명맥을 이어가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
 
집안의 제조법 그대로 술을 빚었을 때소주의 화근내(탄내)가 심해서 마시기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꽤 많았습니다당시 소주 제조로 유명했던 기술자를 찾아가 전통식 제조 방법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비법을 전수받고긴 시간 연구 끝에 소주의 화근내를 잡고 마시기 편하면서 풍미가 좋은 소주를 제조할 수 있었어요.”
 
박재서 명인의 제조 방식은 다른 소주들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확연한 차이가 있다대부분의 안동소주는 막걸리 상태에서 증류하는 2단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나명인안동소주는 청주를 한 번 더 발효해 증류하는 3단 방식으로 제조되고 있다. 3단 사입법으로 제조되는 만큼 원물이 기존보다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맛과 향에 깊이가 생기고, 100일 숙성 기간까지 거쳐 풍미 좋은 소주가 만들어진다또한화근내를 잡기 위해 전통 증류 방식인 상압 증류 대신낮은 온도에서 술을 증류하여 탄내를 줄이는 감압 증류 방식으로 바꾸며 모든 세대가 즐길 수 있는 소주로 재탄생시켰다전통과 현대 방식이 조화된 안동소주는 박재서 명인의 자랑이라 할 만하다.

3대가 함께 전통을 재창조하다

안동소주에 한평생을 쏟은 만큼 혼자 버티기 버거운 순간도 있었을 터하지만 가족들이 버팀목처럼 그의 옆에서 함께 하고 있었다안동소주 무형의 자산을 지키고자 군인 장교를 전역하고 회사를 함께 운영하는 그의 아들 박찬관 대표와 지금보다 더 품질 좋은 소주 개발을 위해 발효 식품에 관해서 공부하고 있는 손자 박춘우 팀장이 든든한 지원군이 되어 명인이 지켜온 전통이란 뿌리의 소중한 양분이 되어주고 있다. 3대가 함께 소주를 제조하는 지금다양한 시선으로 시대를 바라보며 전통주를 지키기 위해 같이 고민하고 더 좋은 술 개발을 위해 밤낮없이 연구하고 있다그렇다면 이들이 생각하는 전통이란 무엇일까.
 
전통을 지킨다는 것은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온 비법을 답습만 하는 것이 아니고시대의 변화를 읽어 참신하게 적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동시대 사람들과 교감하면서 시대에 어울리는 제품 개발을 하여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전통을 잇는 것이죠사람들이 마시지 않는다면 언젠가는 잊혀지고 전통이 끊어질 수 있습니다그것은 전통을 지키는 것이 아니지요.”
 
그들의 신념에 대한 결과물은 명인안동소주의 제품을 통해 드러나고 있다도수가 높은 독주만 고집하지 않고 45도의 소주 외에도 젊은 사람들도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35, 22, 19도까지 다양한 도수의 소주를 제조하고 있다젊은 세대들의 취향에 맞춰 우리 전통주를 찾을 수 있게끔 만든 것이다.
이외에도 오래된 시설은 영세하다는 소비자들의 편견을 깨기 위해 명인안동소주를 방문하면 단 한 명의 고객이라도 양조장 내부를 열어 체계적이고 위생적인 제조 환경을 확인시켜 준다명인의 신념을 지키는 동시에 시대의 변화를 읽고 재창조하여 전통을 지키는 셈이다.

세계적인 명주들과 견줄 수 있는 ‘우리술’을 꿈꾸다

세상의 모든 것들이 마찬가지겠지만무엇이든 마법처럼 단번에 바뀌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더욱이 사람들이 갖고 있던 생각을 바꾸는 것은 큰 노력이 필요하다박재서 명인은 전통주가 비싸고 맛없다는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전통주가 어떤 재료로 만들어지고 있는지제조 과정은 어떻게 되는지어떤 맛을 가졌는지 알리기 위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한다체계적인 체험 프로그램을 구축하여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되었을 정도로 전통주에 대한 그의 열정이 엿보인다그의 꿈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회사 내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그치지 않고체험 전시관 구축을 계획하고 있다.
 
지금보다 규모가 큰 체험 전시관을 운영하고자 내년 3월에 오픈하는 것을 목표로 안동 하회마을 입구에 180평 규모의 전시관 구축을 계획하고 있습니다새 전시관이 완성되면 많은 사람들이 하회마을에 구경 왔다가 자연스럽게 전통주도 체험하면서 인식 개선에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전통주를 체험해보고 그간의 편견을 깬다면전통주가 언젠간 우리나라를 넘어서 전 세계의 명주로 자리잡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한다.
 
우리나라는 세계적인 술 소비국이지만외국인 혹은 일반 사람들에게 한국을 대표하는 술이 무엇인지 물었을 때대표적으로 떠오르는 술이 아직 없다고 생각해요다른 나라를 살펴보면 위스키코냑보드카 등 세계적인 명성을 가진 술이 있고 전 세계적으로 엄청난 판매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저는 우리 안동소주나아가 우리 전통주가 세계적인 명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온 힘을 쏟고 싶습니다.”
 
안동소주와 함께 하면서 얼굴에 주름이 생기고 머리에는 서리가 내려 앉았지만그의 눈빛은 여전히 뜨거운 열기를 내뿜고부드러운 미소 속에서는 단단한 심지가 느껴진다전통주에 대한 그의 열정과 노력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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