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땅에서 우리 와인을 꿈꾸다 : 경북 영천 ‘뱅꼬레’ 와이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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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09-30
내용

별을 헤는 마음으로별을 품는 마음으로
뱅꼬레’ 와이너리에 들어서서 맨 먼저 마주친 문장 속에 잠시 걸음이 멈춰진다.
세계 속에서 우리 토종 와인이 지나온 여정을 짐작할 수 있다.
우리 땅에서 나고 자란 과일로 만든 우리 와인.
맑고 고운 별들을 채운 한 잔의 와인 속에 아득한 꿈이 담긴다.
 
글 박준영 사진 박나연

아낌없이 주는 자연속에서 탄생하는 한국 와인

햇살은 여름의 에너지를 한껏 뿜어내고 있었다길을 따라 들어갈수록 과수나무들의 푸르른 물결이 일렁거렸다산뜻한 풀냄새에 가슴이 트이고대기의 싱그런 내음 사이 달콤한 과일 향내가 파고든다과수나무 한 그루 한 그루 견실하게 영그는 열매부드러운 바람결에 작은 새들이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날아갈 때마다 사락사락 나뭇잎 부딪는 소리가 속삭이듯 했다푸른 숲 길은 가도가도 지루하지 않다땅과 하늘의 충만한 에너지를 안고 자란 열매들을 보며 한 병의 와인 속에 토양햇빛공기가 담긴다는 말을 실감하는 순간무릎을 탁 쳤다이렇듯 아낌없이 주는 자연 속에서 한국 와인은 탄생한다축복이다.
 
경상북도 영천은 비가 적게 오고일조량이 풍부한 기후여서 과일 재배의 천혜의 조건을 갖춘 지역이다복숭아사과배 등의 과일이 잘 자라는데특히 당도가 높고 향이 좋은 포도 생산지로도 알려져 있다이곳은 14개의 주요 와이너리와 서브 와이너리에서 국내 와인 생산량의 30% 정도인 27만 병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와인 생산지다.

와인 외길 인생 40년을 담은 와이너리

농림축산식품부는 2013년부터 현재까지 50개의 양조장을 선정하여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해당 사업은 전국 각지의 양조장 중 몇 곳을 선정하여 품질 개선체험 프로그램 운영 등을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사업이다양조장에 방문하여 품질 좋은 우리술을 맛보고우리술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직접 체험할 수 있다.
 
경북 영천에도 2개의 와이너리가 찾아가는 양조장’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뱅꼬레’ 와이너리는 2017년 찾아가는 양조장에 선정된 곳으로우리나라 와인 1세대를 이끈 하형태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다하형태 대표는 1982년부터 1999년까지 국산 와인의 대표 브랜드인 마주앙에서 실력을 쌓고 현재까지 와인 개발에 힘 쏟으며 40년 넘게 와인 외길 인생을 걷고 있다.
 
마주앙에서 근무하면서 와인 공부를 위해 이탈리아프랑스호주 등 와인 생산으로 유명한 국가들로 해외 출장을 오가며 다양한 와이너리를 둘러볼 기회를 접할 수 있었습니다뿐만 아니라와인 제조마케팅체험프로그램 연계 등 와인 산업의 전반적인 부분에 대해 식견을 넓히게 되었죠.”
 
하형태 대표는 마주앙 퇴사 후에 와이너리 발굴을 위한 교육와인 개발 등 와인 산업 활성화를 위해 동분서주했다그리고 2006년 본격적으로 와이너리를 운영하면서 와인 인생 2막이 시작되었다와이너리의 이름은 프랑스어로 와인을 뜻하는 (Vin)’과 한국을 뜻하는 꼬레(Corre)’를 합성해 뱅꼬레라 이름 붙였다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토종 와인을 만들겠다는 그의 의지가 담겼다.
 

우리 농산물로 만든 우리 와인에 꿈을 담다

하형태 대표는 과일 재배의 천혜의 조건을 지닌 영천에서 품질 좋은 와인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약 5천 평 부지에 머루포도라 불리는 MBA품종유럽의 양조용 포도인 카베르네 소비뇽메를로샤르도네 등 15종의 포도를 재배하고여러 품종을 블렌딩하여 최상의 맛과 향의 와인을 양조한다.
뱅꼬레’ 와이너리만의 차별화된 와인은 바로 다양한 우리 농산물로 와인을 생산한다는 것이다.
 
흔히들 포도와 머루로만 와인을 양조한다고 생각하지만복숭아감 등의 다양한 과일을 이용해 로제와인화이트와인감와인 등 색다른 와인을 탄생시키고 있다.
 
우리나라는 포도사과복숭아 등 다양한 과일들이 재배되고 있습니다특히 영천에는 좋은 기후 덕에 품질 좋은 과일이 다량 생산되고 있지요이렇게 여러 가지 과일이 나는 곳이니 기술만 있다면 우리 와인도 세계 1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와인’ 하면 많은 사람들이 떠오르는 국가인 프랑스도 포도 중심의 와인을 생산하고 있는데요우리나라처럼 다양한 과일을 활용하여 와인을 만든다면 우리나라 사람들뿐만 아니라 외국인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땀과 열정을 쏟으며 인고의 시간을 버텨 얻은 뱅꼬레’ 와인와인 한 병에 하형태 대표의 신념과 한국 와인의 자존심이 담겼다.
 

와인을 맛보고 만들어보는 즐거운 체험

뱅꼬레’ 와이너리에서는 와인을 다방면으로 즐길 수 있도록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농장에서 직접 재배한 포도나 오디로 와인을 만들어 보는 체험과 감와인로제와인화이트와인레드와인아이스와인 등 뱅꼬레에서 제조한 와인 3종을 시음하는 와인 테이스팅 프로그램을 통해 와인의 매력에 흠뻑 취할 수 있다.
 
뱅꼬레’ 와이너리에 오면 와인은 어른들만의 전유물은 아니다와인 제조에 사용된 코르크를 이용한 공예 체험은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즐겁게 자신의 개성 만점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재미있는 체험이다좀더 전문적인 와인 프로그램을 체험하고 싶다면 스페셜 와인 강의를 추천한다.
와인메이커들이 진행하는 와인 강의와 함께 뱅꼬레’ 와인이 생산되는 공장을 견학할 수 있는 특별한 시간이 주어진다와이너리 근방에서 재배되고 있는 오디 밭에서 오디를 직접 수확하여 오디청오디초콜릿을 만드는 농촌 체험도 할 수 있어 지루할 틈이 없다.
 
프랑스 와인은 프랑스 음식이탈리아 와인은 이탈리아 음식에 어울리는 것처럼 한국에서 만든 와인은 한식에 가장 잘 어울린다우리 땅에서 자란 농산물로 제조한 뱅꼬레’ 와인과 한식의 페어링은 금상첨화다우리 음식과 궁합이 좋은 우리 와인도 신토불이가 아닐 수 없다.
 
생동감 넘치는 과일들의 이야기와 우리술의 매력에 빠지고 싶다면 영천의 와인 여행은 더할 나위 없는 시간을 선물할 것이다자연 속에서 마음을 비우고 와인 한 잔에 여유를 한껏 담아본다.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떠나는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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