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켜켜이 쌓인 마음의 밭에 살다. 춘천 감자빵, 최동녘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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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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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한 해 740만 개나 팔린 간식이 있다. 바로 강원도 춘천의 감자빵이다. 감자빵은 제품 출시 2년 만에 춘천의 명물로 자리잡았다. 

흔한 우리 농산물 ‘감자’는 어쩌다 이렇게 '핫'한 아이템이 되었을까? 감자의 변신을 이끌어온 농업회사 법인 '밭(BATT)’의a 최동녘 대표를 만났다.


글 이한나  사진 박나연

농업을 콘텐츠로 만든 청년농부의 뚝심

2022년 4월 현재 ‘감자빵’을 누리소통망(SNS), 인스타그램에서 검색해보면 관련 게시물 수는 약 8만 7천여 개다. 감자빵을 맛보려고 카페 ‘감자밭’이 있는 춘천을 방문한 관광객 수는 약 70만 명, 연 매출은 140억 원을 넘었다. 감자빵은 출시 약 2년도 되지 않아 전국에서 가장 ‘핫’한 간식이 되었다.

감자빵은 200°C 오븐에 한 시간 이상 구운 감자를 으깨 감자전분과 쌀가루로 반죽하고 콩가루를 묻혀 ‘밭에서 갓 캐낸 감자’와 똑 닮게 만든 빵이다. 파근파근하고 쫀득한 감자의 식감과 고소한 풍미를 살려 먹고 또 먹어도 질리지 않는 간식이다.

이런 감자의 변신을 이끌어온 농업회사 법인 ‘밭’은 91년생 동갑내기 부부 최동녘, 이미소 대표가 함께 운영하고 있다. 한국농수산대학교를 나와 유기농사과 농사를 짓던 최동녘 대표와 감자 농사를 지으시던 아버지를 돕기 위해 춘천으로 내려온 이미소 대표. 우여곡절 끝에 두 사람은 의기투합하여 카페 ‘감자밭’을 열고 새롭게 시작했다.

“유기농사과 농사를 지으면서 농산물의 부가가치에 대한 회의가 있었고, 아내 또한 다양한 품종의 감자와 제품개발에 한계에 부딪힌 시기였거든요. 돌파구를 찾던 중 대화를 나누다 보니 많은 부분에서 생각이 같았어요. 무엇보다 농업을 1차원적으로 생각하지 않고, 콘텐츠로 보고 있다는 점이 비슷했어요.”



감자의 본질을 그대로 담은 감자빵

카페 ‘감자밭’에 손님들이 찾아오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감자의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주력 상품인 감자빵은 2년여의 연구와 실험 끝에 탄생한 결과물이다.

“시장에서 감자를 산 소비자가 다른 마트에 간다고 또 감자를 살까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해요. 감자의 정해진 소비량은 같아요. 그러면 어떻게 감자를 다르게 소비하게 할까요? 저희는 그걸 간식으로 봤어요. 빵을 만들기로 한 거죠.”

지금의 감자빵을 만들기 위해 약 200개의 감자메뉴를 끊임없이 만들어 소비자의 반응을 살폈다. 반응이 좋은 것도 있었지만, 이렇다 할 만한 것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고군분투하던 중 ‘감자 본연에 집중하고 감자 함량을 최대한으로 올려서 감자 모양의 빵을 만들어보자’고 마음을 모으게 되었다. 그렇게 나온 것이 바로 지금의 ‘감자빵’이다. 감자빵은 모양만 감자를 닮은 것이 아니라, 국내산 감자 함유량이 높아 하나만 먹어도 속이 든든하다.

“처음에는 홍감자만 사용했지만, 여러 품종을 배합했을 때 풍미가 올라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몇몇 다른 품종을 추가해 홍감자, 청강감자, 흰감자 등 여러 품종의 적절한 배합을 찾았죠.”

감자빵은 그동안의 어떤 제품보다도 반응이 좋아서 곧 없어서 못 파는 빵이 되었다. ‘감자빵’의 인기가 높아지자 감자 소비량이 늘었고, 농가소득에도 도움이 됐다. 그리고 이것은 품종의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로 다가왔다.

“품종이 다양해지면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제품을 만들 수 있어요. 감자빵에는 포슬포슬한 특성을 가진 감자를 쓰고, 감자음료에는 전분이 적은 감자를 쓰는 것이죠. 저희 주력 음료 중 하나인 감자라떼는 전분 함량이 적은 청강감자를 사용해서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나는 것이 특징이지요.”

그뿐만 아니라, 카페에 오는 손님들에게 자연이 주는 에너지를 전해주고 싶어 황무지 같았던 정원을 꽃밭으로 만들었다. 여러 품종의 꽃을 심어서 사람들이 다양한 품종을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우리 농업은 ‘저장이 용이해 유통이 편리하다’는 이유로 일부 품종만 활성화되어 있어요. 빨간색 사과만 봐 왔기 때문에 사과가 노란색일 수 있다는 상상을 하지 못해요. 저희는 사람들이 다양한 품종에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꽃’을 활용했어요.”

대표적인 것이 해바라기다. 우리가 흔히 봐 왔던 해바라기는 일주일밖에 못 살지만, 고흐의 작품에 등장하는 테디베어 해바라기는 한 달 동안 살 수 있다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지 못한다. 감자밭 카페 정원에는 다양한 품종의 

해바라기를 볼 수 있는 해바라기밭이 있다. 이 외에도 화사한 레몬색이 돋보이는 스타더스트, 꽃잎이 앙증맞은 주드, 불꽃같이 화려한 스트로베리 등 이색적인 꽃들을 심었다. 도시에서 접하기 어려운 꽃과 식물을 오감으로 체험할 기회를 제공하자, 카페가 사람들로 북적이기 시작했다. 최동녘 대표는 꽃이 필 때 뿜어내는 에너지를 느낄 때면 늘 마음이 벅차오른다고.



시간과 마음이 축적되어 이룬 농사

하루 3톤, 연간 1000톤의 감자를 소비하며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카페, ‘감자밭’은 결코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밭을 기획하고, 제품을 개발하면서 우리 농산물을 담고 싶었던 마음이 뭉치고 쌓여 지금의 감자빵이 완성되고 감자밭이 이루어진 것이다.

“저희에게 ‘감자빵’은 시간과 마음의 축적이에요. 오직 한 마음으로 앞을 보면서 걸었던 노력의 결실이고요. 앞으로도 ‘밭’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많은 분과 대화하고 싶어요.”

감자밭의 성공은 농사에 진심을 다하고, 농촌을 행복한 삶의 공간으로 바라보며, 농업을 미래의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내다본 젊은 청년농부의 뚝심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우리 농산물을 콘텐츠화하여 지역 경제를 살리고 나아가 지속가능한 농업의 미래를 확인한 셈이다.

최동녘 대표는 감자밭에서 확인한 기획력을 바탕으로 강릉의 강낭콩밭, 양구의 사과밭 등 우리 농산물을 콘텐츠로 하는 농업을 추진 중이다. 감자밭에 머물지 않고 우리 농산물이 가진 숨은 매력과 잠재력을 세상에 보여주기 위해 나아가고 있다.

최동녘 대표는 묻는다. 그들의 간절한 마음으로 가꾸고 일궈낸 ‘감자빵’처럼 당신이 마음으로 가꾼 당신의 밭은 무엇인지. 마음으로 일군 그 밭에서 농촌이 주는 에너지를 전하고, 선한 영향력을 나누기를 기대한다.


저희에게 ‘감자빵’은 시간과 마음의 축적이에요. 오직 한 마음으로 앞을 보면서 걸었던 노력의 결실이고요. 

앞으로도 ‘밭’이라는 플랫폼을 통해 많은 분과 대화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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