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견] 순댓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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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26-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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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바람이 골목을 훑고 지나가면 그리워지는 한 그릇이 있다. 뚝배기에서 김이 오르고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썬 파가 떠 있는 순댓국이다. 손끝까지 녹여주는 이 음식은 한국인의 겨울을 닮았다.
순대의 정확한 시작은 단정하기 어렵지만 동물의 창자에 피와 여러 재료를 채워 익히는 조리법은 오래된 음식 문화다. 오늘날의 순댓국은 돼지를 삶은 육수에 순대와 머릿고기·내장 등을 담아낸다. 특히 1970년대 이후 양돈업이 발달하고 값싼 당면이 널리 쓰이면서 노동자와 서민의 든든한 한 끼로 자리 잡았다.
지역마다 뚝배기 속 풍경도 다르다. 경기 용인의 백암순대는 고기와 채소의 조화가 돋보이고 충남 천안의 병천순대는 채소를 넉넉히 넣어 푸짐하다. 전라도 피순대는 선지의 진한 풍미를 살리며 함경도 음식의 맥을 잇는 아바이순대는 굵은 창자에 속을 채워 묵직한 식감을 낸다. 새우젓으로 담백하게 간을 하거나 들깻가루, 부추, 다진 양념으로 맛을 더하는 방식 역시 제각각이다.
순댓국에는 돼지 한 마리를 허투루 버리지 않으려던 살림의 지혜가 담겼다. 피와 창자, 머릿고기와 각종 부속까지 한데 모아 맛과 영양을 살렸다. 서양에도 닮은 음식이 있다. 영국의 블랙푸딩, 프랑스의 부댕누아르, 스페인의 모르시야는 피와 내장을 활용한 소시지다. 다만 그것을 굽거나 썰어 먹는 문화와 달리 우리는 뜨거운 국물에 담아 밥과 함께 즐긴다.
설렁탕·곰탕·돼지국밥에 순댓국까지. 한국인이 ‘국밥의 민족’이라 불릴 만한 이유는 따뜻한 국물 한 그릇에 밥과 정을 함께 말아 먹기 때문 아닐까. 찬바람 부는 날 순댓국은 허기를 달래는 음식 이상의 위로가 된다.
[출처 : 서울경제, 안병익 식신 대표, 최성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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