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아지경 빠져드는 맛, 모든 맛은 매운맛으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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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3-11-28
내용

음식은 시대를 넘고 문화를 넘어 끊임없이 재창조됩니다.
지금 매운맛 음식 먹기는 젊은 세대들의 문화이죠.
기분 전환을 넘어서 일상에 이야깃거리를 더하는 즐거움이 있는 놀이입니다.
먹을수록 빠져들고 매울수록 불티나게 팔리는 맛!
매운맛 생활자들의 맵덕 이야기를 들여다봅니다.




매운맛 챌린지’ 도전해 보셨나요?

불황에는 매운맛이라지만, 요즘 젊은 세대는 매운 음식을 놀이처럼 즐기며 다양한 매운맛에 도전해요. 매운 음식을 찾아 먹고 이를 인증하는 '매운맛 챌린지'가 하나의 놀이문화로 자리 잡을 정도죠. 매운맛의 열풍은 '맵부심(매운맛 자부심)', '맵고수(매운맛 고수)', '맵덕후(매운맛 마니아)' 등의 신조어만 봐도 알 수 있듯, 하나의 사회적 현상입니다. 기존의 매운맛 음식은 청양고추를 기반으로 하여 얼얼하게 맵거나, 칼칼하게 매웠다면 요즘 매운맛은 여러 품종의 고추와 다양한 농산물을 배합하여 매운맛에 관심 없던 이들도 취향 저격한 매력적인 매운맛에 입문하고 있어요. 특히 매운맛은 Z세대와 알파 세대를 합친 1020세대인 '잘파 세대'에 인기를 끌고 있어 그 인기가 지속될 전망입니다.



맵잘알이 선택하는 핵 매운맛


식품업계는 '매운', '핫', '스파이시' 단어가 붙은 상품의 매출이 연일 고공행진 중이에요. 매운맛의 대명사가 된 '불닭', '실비 김치'는 상품화되어 마트와 편의점을 그득그득 채웁니다. 불닭은 K-푸드를 넘어서 전 세계인들이 인정하는 한국 문화의 하나로 인식될 만큼 매운맛의 진수를 보여줬어요. 강렬한 고추향에 불맛이 더해져 구미를 당기며, 혀를 마비시킬 듯 입안을 불타오르게 하는 불닭은 라면, 스낵은 물론 외식, 분식 업계의 대다수 메뉴의 매운맛 버전에 활용될 만큼 호평을 받고 있어요. 매운 김치의 끝판왕이라고 불리는 '실비 김치'는 '실제 재료비' 그대로 재료를 아낌없이 넣었다는 데서 유래한 말처럼, 대량의 고춧가루를 넣고 양념을 푸짐하게 하여 엄청난 강도의 매운맛이 납니다. 실비 김치는 먹방 유튜버들의 단골 소재혀서 대전의 유명한 실비 김치를 파는 식당은 이미 '맵고수'들의 성지로 알려져 있을 정도이죠. 한 입 먹어도 입이 얼얼할 정도로 맵지만, 중독성이 있어 계속 생각나는 신박템입니다.

불닭에 이어 불냉면도 매운맛 챌린지의 주메뉴예요. 맵고수들도 종종 도전에 실패한다는 불냉면은 화끈하게 매운맛이 일품이죠! 한 그릇을 비우기까지 '지옥을 맛 봤다', '마치 화생방 훈련 같았다'라지만, 감칠맛이 풍부한 육수와 함께 어우러진 매운맛은 꽤나 중독적이에요. 최근에는 부산의 유명 불냉면집의 소스를 상품화하여 불비빔국수가 출시되기도 했고, 간편식으로도 즐길 수 있게 됐습니다.

불냉면, 불짜장, 불비빔국수에서 버거와 만두로도 매운맛 경쟁이 이어집니다. '크레이지 불만두'는 매운 요리로 유명한 중국 쓰촨 지역의 고추를 사용해 극강의 매운맛을 내고, '열불날 만두하지'는 청양고추보다 10배 맵다는 베트남 고추를 사용해 매운맛을 차별화했어요. 기존의 불버거보다 4배 더 맵다는 '불불불불싸이버거'에는 세계에서 가장 매운 고추 중 하나로 알려진 캐롤라이나 리퍼가 함유된 매운 소스를 첨가해 MZ세대의 맵부심을 자극합니다. 맵잘알들이 선택한 핵 매운맛은 불타오를 듯 입안을 얼얼하게 하지만, 막힌 곳을 뻥 뚫어주는 시원한 쾌감을 줍니다.


극한의 매운맛 즐거운 미각 여행

입소문 난 매운맛 음식점, 일명 ‘맵지순례’ 성지도 SNS와 방송매체를 통해 알려지면서 이미 명소가 됐어요. ‘잇몸이 아플 정도로 맵다’, ‘혼이 빠질 정도로 맵다’는 매운 짬뽕집은 줄 서서 먹는 맛집 중의 맛집이죠. 이 짬뽕에는 청양고추, 베트남 고추와 함께 청양고추보다 몇십 배 맵다는 부트졸로키아 등 국내외 매운 고추 재료가 8가지 들어간 특제 소스가 매운맛을 만들어 냅니다. 매큼한 향내와 함께 불맛이 배어든 칼칼한 국물 맛이 압도적이에요. ‘맵지순례’로 숨어 있던 지역의 다양한 맛집을 찾을 수 있게 됐습니다.

또한, 지역의 맛집을 찾아가지 않고도 소문난 매운맛 요리들을 만날 수 있어요. 최근 김밥 프랜차이즈 전문점에서는 매운맛이 일품인 지역 별미를 메뉴로 내놓아 고객을 끌고 있습니다. 불향이 입혀진 돼지고기에 각종 재료를 매운 양념으로 볶아낸 ‘대구 중화 비빔밥’, 얼큰하고 칼칼한 멸치 육수에 고춧가루로 개운하게 매운맛을 낸 ‘대전 얼큰이 칼국수’는 폭풍 젓가락질을 하게 되는 마지막 한 입까지 만족스러운 맛입니다. 버거 프랜차이즈 전문점에서는 사이드 메뉴로 ‘청주 매운 만두’를 출시하여 인기를 끌었습니다. 만두가 이렇게까지 매워질 수 있을까? 예상을 깰 만큼 매콤한 만두는 3개월간 누적 판매량 100만 개를 달성해 각종 SNS에 리뷰와 후기가 줄을 이었어요. 지역 맛집을 발굴하고, 이를 상품화 하는 것이 외식 업계의 피할 수 없는 과제가 됐습니다.


더 매운맛, 더 더 매운맛을 찾아라

‘불닭볶음면’은 한국 매운맛의 저력을 보여주었습니다. 유명 유튜버가 ‘불닭볶음면’을 먹방 하면서 ‘불닭볶음면 챌린지’를 주도하였고, 전 세계적으로 매운맛 챌린지의 신호탄을 쏘았죠. 매운 볶음면 전성시대는 이제 매운 국물 라면으로 이어지고 있어요. 대표적인 매운 라면인 ‘신라면’은 청양고추, 후추, 마늘, 양파 등의 매운 식재료를 넣고 본연의 매운맛을 지키면서 소고기, 표고버섯을 넉넉히 넣어 깊고 진한 육수를 완성한 ‘신라면 더 레드’를 출시해 매운 국물 라면의 아성을 이어갑니다. 매운맛의 강도가 높아져 눈물 콧물 쏙 뺄 듯 화끈하게 매운맛을 즐길 수 있습니다.

‘깔끔하게 매운맛’을 자랑하며 마니아들에게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열 라면’은 소비자들의 라면 취향에 마늘과 후추의 비중이 높다는 점에 주목하여 신제품을 출시했어요. 마늘을 더해 한층 매워졌다는 이름의 ‘마열 라면’은 맵싸하면서도 단맛이 강한 제주 대정마늘을 사용해 감칠맛을 높이고, 굵은 후추로 톡 쏘는 맛을 살려 새로운 매운맛의 영역을 개척했습니다.

또 하나의 매운 국물 라면 ‘맵탱’도 흑후추, 마늘, 대파 등으로 원재료의 맛을 끌어올려 ‘기가 막히게’ 한국인의 입맛에 착 달라붙는 매운맛을 구현했어요. 개운한 풍미의 해물, 진한 소고기 육수, 시원한 대파와 청양고추가 각각 어우러져 균형감 있는 매운맛을 냅니다. 스트레스 해소, 해장, 기분 전환 등 소비자가 원하는 상황에 맞춰 취사선택할 수 있으니, 매운맛의 진미를 느끼기에 부족하지 않죠. 재료의 환상적인 배합 비율로 이루어진 풍성한 맛은 매운맛을 더욱더 매력적으로 만들어요. 입도 맵고 속도 매운데 계속 먹고 싶어지는 이유입니다.


케첩이 아니라 K-첩, 이제는 K-빨간 맛이다
K-콘텐츠의 확산으로 김치, 고추장, 떡볶이, 라면 등 한국의 매운맛 식품들이 꾸준하게 노출되면서 K-푸드의 인지도도 높아졌어요. 해외 한인 마트에서는 핫소스 섹션을 따로 마련해 고객을 유치하고 있죠. 불닭 소스, 만능 비빔장, 청양 마요 소스 등 매운맛 소스는 원하는 만큼 맵기 조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맵덕후에게 최애템입니다. K-푸드의 테이블 소스를 표방하며 출시된 ‘K-첩’은 고추장 소스를 튜브 용기로 제작하여 비빔밥은 물론 볶음, 무침 요리 등에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어요. 매콤한 맛이 살아 있는 풍미 있는 집밥을 손쉽게 만들 수 있습니다.

한편, 고추장은 칼로리가 낮고 단백질이 다량 함유되어 체중 조절에도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요. 이와 관련한 논문이 국제 영양학회지인 「 뉴트리언츠(Nutrients)」에 등재되면서 고추장의 우수성을 세계에 알리는 과학적 근거를 확보했죠. 한국의 고추장이 미국 시장에서 꾸준하게 인기를 얻고 있어서 고추장의 효능이 더 많이 알려진다면 핫소스의 대세로 자리 잡을 거예요. K-빨간 맛에 맵부심이 차오릅니다.


오감 만족, 매운맛의 신화는 계속된다
이처럼 매운맛의 지평이 넓어지는 것은 소비자의 입맛과 수요가 더욱 세분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매운맛의 기준이 높아지고 종류가 다양해질수록 경쟁도 치열하지만, 맵덕후들이 반할 만한 매력적인 매운맛이 등장하죠. 단순히 자극적인 매운맛만 가미하지 않고, 고추, 마늘, 파, 무, 버섯, 생강 등 원재료의 맛이 우러나 감칠맛을 살리면서 한층 더 깊어진 매운맛으로 남녀노소 다수의 입맛을 사로잡습니다. 코를 찌를 듯한 톡 쏘는 고추 향으로 시작해 시원하고 칼칼한 대파 향과 마늘, 생강 등의 알싸한 매운맛이 혀끝에 남아 기분을 좋게 만들어요. 땀이 뻘뻘 나도록 강도 높은 맛에도 자꾸만 찾게 되는 신비로운 맛! 계절과 취향을 무색하게 고추의 매운맛에 점령당했지만, 그 어느 때보다 차별화된 미각 경험을 할 수 있습니다. 한국인은 이제 밥심이 아니라 맵부심! 추운 겨울이 그리 싫지만은 않은 이유입니다.


윤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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