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소화에 좋은 효소? '곡물 효소' 제대로 알고 먹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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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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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화에 좋고 건강에 좋다는 효소최근 소셜 커머스를 통해 곡물 효소를 구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곡물 효소는 어떤 식품인지발효와 효소의 차이는 무엇인지 팩트체크로 확인해 볼까요?


 

  

보통 요리라고 하면 불을 떠올립니다식재료를 불로 가열하면 맛과 향도 더 좋아지지만 무엇보다 소화하기 더 쉬워집니다그래서 요리는 소화를 외부에 맡기는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합니다발효는 불로 가열하지 않고서도 이뤄집니다하지만 발효로 만든 음식도 불의 힘을 빌려 요리한 것만큼이나 맛과 향이 좋고 소화가 잘 됩니다.

 

미국의 저명한 저널리스트 마이클 폴란은 자신의 책 요리를 욕망하다에서 발효는 수많은 경이로움을 만드는 차가운 불이라고 썼습니다. ‘발효시키다를 뜻하는 영어 단어 ‘Ferment’는 원래 끓이다라는 뜻의 라틴어 ‘Fervere’에서 나온 말입니다포도를 으깨 발효시키면 기포가 생기면서 부글거리는 모습이 끓일 때와 별 차이가 없습니다.

 

발효라는 차가운 불로 만들어진 결과물은 원래보다 소화하기 쉽습니다콩을 예로 들어보면삶은 콩을 한 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더부룩하며 배에 가스가 찹니다콩 속에 들어있는 난소화성 탄수화물 때문입니다인체의 소화효소로는 분해하여 흡수할 수 없으니 이들 탄수화물은 대장까지 그대로 내려갑니다장내 미생물에는 이들을 소화시킬 수 있는 효소가 있습니다미생물이 이들 탄수화물을 분해하여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에서 가스가 발생합니다하지만 콩을 발효시켜 만든 된장간장과 같은 식품은 이런 문제를 훨씬 적게 일으킵니다발효과정에서 이미 미생물에 의해 난소화성 탄수화물이 분해되었기 때문입니다콩을 소화할 수 있는 미생물에게 맡겨 사람이 더 소화하기 쉬운 식품을 만들어낸 셈이죠.

 

발효와 효소를 혼동하는 경우가 많습니다하지만 둘은 구별해야 합니다

발효는 식재료에 유산균이스트(효모)와 같은 미생물을 넣어 분해시키는 것을 말합니다

효소는 이들 미생물이 식재료를 분해하기 위해 사용하는 도구입니다


효소는 미생물에게만 있는 게 아닙니다모든 생명체는 생명활동을 이어가기 위해 다양한 효소를 가지고 있습니다음식 중에는 미생물이 아닌 원물에 들어있는 효소를 이용해서 맛을 낸 것도 있습니다군고구마가 생고구마보다 맛이 달고 속에 편안하다는 것은 경험을 통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인데이렇게 되는 이유는 뭘까요고구마에 들어있는 다당류 분해효소가 녹말을 분해하여 당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녹말 자체는 아무 맛이 없습니다하지만 효소가 녹말을 당으로 쪼개주면 단맛이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군고구마는 효소가 활성화하여 일하기 좋은 온도(50~60)에서 천천히 가열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집니다그러니 원물보다 더 달콤하고 풍미가 진합니다.

 

 


요즘에는 곡물에 미생물을 넣어 배양하여 만든 곡물 효소도 인기 있습니다누리소통망(SNS) 인스타그램에 '효소', '효소 공구'로 검색 시 31만 2, 33만 4천 건의 게시글(22년 10월 기준)이 올라올 만큼 유행하고 있는 곡물 효소는 정말 효과가 있을까요?


콩을 발효시켜 된장을 만드는 것처럼 현미메밀보리 등의 곡물에도 미생물을 넣어서 발효시키면 소화가 더 잘 됩니다미생물에게 미리 일부 소화를 시켜둔 셈이니 날로 먹을 때보다 소화가 쉬운 것은 당연합니다발효과정에서 미생물이 비타민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김치 속 유산균이 원래보다 1.5~2배로 많은 비타민 B군을 생성하는 것도 같은 원리입니다.


다만 미네랄은 다른 이야기입니다철분칼슘마그네슘 같은 미네랄은 기본적으로 흙 속의 금속 성분입니다이들은 발효로 만들어낼 수 없습니다발효과정에서 원물로 사용된 곡물 속에서 미네랄 흡수를 방해하는 피트산이 줄어들 수 있는 것은 맞습니다하지만 누군가 발효로 미네랄 함량을 높였다고 말한다면 신빙성을 의심하는 게 좋습니다.


곡물 효소 제품 중에는 식이섬유나 유산균프락토올리고당을 추가로 배합한 것들도 있습니다먹고 나서 변비가 덜 생긴다는 경험담은 곡물 효소 자체보다는 이렇게 추가한 성분들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습니다하지만 곡물 효소를 먹는다고 해서 체내로 효소를 보충할 수는 없습니다.

효소는 덩치가 커다란 단백질입니다장 점막을 통과해서 체내로 들여올 수 있는 크기가 아닙니다미생물이 효소를 통해 곡물을 분해해서 만들어낸 당류비타민은 그대로 흡수할 수 있지만 그런 소화과정에서 사용한 도구인 효소는 인체가 그대로 들여올 수 없습니다전부 다 쪼개서 소화흡수하는데이미 쪼개지고 나면 무슨 효소를 만드는 아미노산이었는지 관계없습니다.


곡물 효소를 먹는다고 해서 체내로 효소를 보충할 수는 없습니다. 효소를 아무리 많이 먹어도 장에서 소화를 일부 돕는 정도 외의 다른 효과는 기대할 수 없으나, 평소 식사를 제대로 못하거나 먹어도 소화가 잘 안 된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발효식품은 좋은 선택입니다.곡물 효소를 먹고 건강에 도움이 된다면 그것도 좋은 일입니다하지만 발효와 효소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내 몸에 효소를 보충해줄 수는 없지만 내 몸에 영양소를 보충해주는 데는 도움이 됩니다.

 



 곡물효소 팩트체크를 포함한 다양한 우리 발효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면,

2022 농식품소비공감 겨울호에서 함께하세요.

https://www.foodnuri.go.kr/portal/bbs/B0000281/list.do?menuNo=30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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