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비 공시제 ‘있으나 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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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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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배달비 안정을 목표로 도입한 ‘배달비 공시제’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시행 8개월이 지났지만 소비자들이 알기 어렵고, 배달비 고공 행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배달 음식을 주문할 때 부과되는 배달비를 외식물가 인상의 주범으로 규정하고 지난 2월부터 배달비 공시제를 시행해왔다. 소비자 알 권리를 충족하고 플랫폼 간 배달비 인하 경쟁을 유도하자는 취지였다. 공시제는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소단협)가 배달비를 조사하고, 매달 그 결과를 공개하는 시스템이다.

배달비 조사는 서울 자치구 25곳 가운데 인구가 가장 많거나 적은 2개 동을 선정해 이뤄진다. 점심시간 기준으로 각 동의 특정 주소지에서 음식을 주문할 경우 플랫폼별 배달비와 거리별 할증요금, 최소주문액 등을 집계하고 있다.

다만 배달 방식과 거리, 시간대 등에 따라 수시로 바뀌는 배달비까지 모두 공시제에 반영되지는 못한다. 또 소비자가 조사 결과를 확인하려면 직접 소단협 홈페이지에 접속해야 해 번거롭다는 지적이 많았다. 실제로 정부의 배달비 공시 게시물의 조회수는 매월 1000회 안팎에 불과한 실정이다.

배달비 공시제 시행 이후에도 배달비는 계속 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진정 국면에 접어 들면서 배달 특수가 한풀 꺾였는데도 상승세는 꺾이지 않고 있다. 소단협의 지난 8월 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 음식점 1336개(중복 포함) 가운데 378개(28%) 음식점이 배달비를 6월 대비 평균 887원 올렸다. 심야·주말·기상악화 때 비용이 추가될 경우 배달비가 7000~8000원에 달하는 경우도 있었다.

배달 업계에선 플랫폼 업체들의 광고 확대가 배달비 인상으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최근 식자재 등 가격 상승이 배달비로 전가되고 있는 점도 인상 원인으로 지목된다.

결국 배달원을 늘리는 방안을 찾지 못할 경우 배달비 인상은 막기 어려울 전망이다. 주요 배달 업체의 월 주문 건수는 최근 1억건을 돌파했는데, 전국 배달원 숫자는 45만명에 그치고 있다. 게다가 단건 배달(배달원 1명이 주문 1개만 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달 앱이 늘어나는 것도 인력 부족 문제를 키우고 있다.

정부가 배달 기사 확보를 위한 정책을 제시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내년부터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통계에서 ‘배달비’가 따로 집계돼 공표되는 만큼 적극적인 정부 역할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26일 “배달업계의 공급 부족은 노동 시장을 바꾸지 않는 이상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박세환 기자
* 기사, 썸네일이미지 출처: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70367&code=11151100&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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