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 넘어도 거뜬" 멸균팩 제품 잘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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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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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 중순이 다 되도록 연일 낮 최고기온이 섭씨 27~30도에 육박하는 등 평년보다 더운 날씨가 이어지면서 실온에서도 오래 보관이 가능한 멸균팩 제품이 주목받고 있다. 멸균팩은 외부 산소나 미생물, 빛, 습기를 완전히 차단해 주기 때문에 개봉 전에는 냉장 보관이 필요 없고 30도 안팎의 높은 온도에서도 내용물 품질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 멸균팩은 우유나 두유, 주스 등에 제한적으로 사용돼왔지만 최근에는 이를 찾는 소비자가 크게 늘면서 식품회사들도 생수, 식물성 대체유, 요구르트, 아이스크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제품군으로 멸균팩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제품 가운데 큰 화제를 모은 것은 매일유업 상하목장의 '얼려먹는 아이스크림'이다. 멸균 우유처럼 액체 상태 아이스크림 내용물이 멸균팩 안에 들어 있는 형태로, 실온에 제품을 보관했다가 냉동실에 넣어 얼려 먹는 제품이다. 지난해 5월 출시 후 '인간 츄루(고양이가 즐겨 먹는 간식)'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이 같은 소비자 호응에 힘입어 매일유업은 기존 2가지 맛(밀크·망고)에 이어 지난 3월 얼려먹는 아이스크림 초코까지 출시했다.


빙그레는 지난 5월 국내에서는 최초로 실온에서 보관할 수 있는 요구르트 제품인 '요플레 이지드링크'를 출시해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혔다. 조금만 온도가 높아져도 상할 수 있는 발효유를 상온에서 보관할 수 있게 되면서 유통기한이 짧아 대량 구매를 망설이던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경기 용인의 30대 주부 A씨는 "아이를 데리고 외출을 할 때 제품을 아이스팩과 함께 따로 보랭 가방에 담을 필요 없이 간식을 챙겨줄 수 있어 간편하다"고 말했다.


아이쿱생협 자연드림은 멸균팩 해양심층수 '기픈물'을 내놨다. 기픈물은 최근 생수 소비량이 꾸준히 증가함에 따라 플라스틱 포장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기획됐다. 이 제품은 멸균팩과 사탕수수를 기반으로 만든 뚜껑으로 제작돼 재활용성을 한층 높였다. 최근 환경 문제에 민감한 소비자들 관심에 힘입어 판매량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순환자원유통지원센터와 한국재활용사업공제조합 조사에 따르면, 국내에서 유통되는 전체 종이팩 제품 가운데 멸균팩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5년 25%에서 지난해 약 41%까지 증가했다. 배연정 서울대 그린바이오과학기술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5년 이후에는 멸균팩이 전체 종이팩의 50%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세계 최초로 멸균팩(무균포장기술)을 개발한 글로벌 식음료 전처리·포장 전문기업 테트라팩의 국내 성장률도 높은 편이다. 테트라팩 코리아는 2020년 국내 식품업체에 멸균팩 21억2800만개를 공급했는데 지난해에는 22억7200만개를 기록했다. 테트라팩 관계자는 "올해는 24억개 이상 멸균팩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테트라팩은 멸균팩을 포함한 전 세계 종이팩시장의 58.6%(지난해 말 기준)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멸균팩은 여러 겹으로 특수 처리된 종이팩인 만큼 일반 냉장용 종이팩에 비해 재활용은 상대적으로 어려운 편이다. 멸균팩의 75%는 종이지만 그 외에도 알루미늄 포일, 폴리에틸렌 등 총 6겹의 소재로 이뤄져 있어 별도의 공정이 필요하다. 게다가 회수율 자체도 매우 낮고 그 양도 회수되는 전체 폐지(연간 100만t)의 0.2% 수준에 불과해 경제성이 떨어진다. 특히 재활용을 위해서는 분리 회수가 필요한데 이를 뒷받침할 제도도 아직 미비한 상태다.


매일경제 송경은 기자

* 기사, 썸네일이미지 출처: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2/09/808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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