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출했던 전어가 싸게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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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25-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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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에 깨가 서 말이라는 가을 전어 구이. /조선일보 DB
집 나갔던 전어가 돌아왔다. 지난해 폭염과 해수온 상승으로 씨가 마르다시피 했던 전어가 올해는 풍년이다. 가격도 지난해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씹 으면 고소한 기름이 입안 가득 퍼지는 가을 제철 별미 전어를 푸짐하게 즐길 수 있게 됐다.
지난 23일 노량진수산물도매시장에서 전어 평균 낙찰가는 대표 산지인 충남 서천 기준 1kg당 1만28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 낙찰가(3만7200원)보다 66%가량 저렴하다. 전어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데에서 태어나 자란 탓에 염도가 낮은 해역을 선호한다. 올해 우리 바다에 비가 많이 내려 전어가 몰렸다. 또 전어는 낮은 수온을 좋아하는데, 올해 바다 수온이 지난해처럼 크게 오르지 않아 어황이 개선됐다.
청어과에 속하는 등푸른생선인 전어는 1년이면 성체가 되고 최대 길이는 25cm쯤이다. 시장에서 유통되는 크기는 15~20cm가 많다. 과거에는 마산만에서 잡히는 큰 전어를 ‘떡전어’라 불렀지만, 요즘은 지역 상관없이 크기가 크면 떡전어라 부른다.
‘매력점’이라고 해서 코나 입 주변, 눈 밑 등 얼굴에 점이 있는 미인이 많다. 가을 식도락계 최고 미인이랄 수 있는 전어도 매력점이 있다. 아가미 뚜껑에 붓에 먹물을 묻혀 찍은 듯한 반점이 선명하다. 이 반점은 선도가 떨어질수록 흐릿해진다. 밝은 선홍색 아가미와 은백색 광택 나는 배, 상처 없고 비늘이 벗겨지지 않았다면 싱싱한 전어라고 봐도 좋다. 코가 빨갛게 부어올랐다면 유통 과정에서 염도가 맞지 않아 생기는 현상이니 별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다른 생선도 마찬가지지만, 다양한 먹이를 섭취하는 자연산이 양식산보다 맛이 좋다. 자연산은 어디서 무엇을 먹고 자랐느냐에 따라 지방 함량, 감칠맛, 풍미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 남해에서 잡히는 전어가 가장 맛이 뛰어나다고 평가받는다. 특히 경남 삼천포와 진해만 전어가 최고로 꼽힌다. 남해산 다음으로는 서해산, 동해산을 쳐준다. 남해산 전어는 경남과 전남 등 남해안 일대에서 대부분 소비돼 서울 등 수도권에서는 맛보기가 쉽지 않다. 남해 전어는 배가 나오고 통통한 편으로, 길고 날렵한 모양의 서해 전어와 구분된다.
싱싱한 가을 활전어는 뼈째 썰어 먹는 일명 ‘세꼬시(뼈회)’가 인기다. 뼈회용으로는 작은 전어가 알맞다. 다른 계절보다 지방 함량이 3배나 높아지는 가을 전어의 고소함을 극대화하는 요리법은 단연 구이다. 기름이 몰려 있어서 씹 으면 특히 고소한 대 가 리와 쌉쌀한 내장까지 다 먹을 거면 작은 전어를 통째로 구워 먹는다. 통째로 구우면 내장에 들어 있는 불포화지방산이 풍미를 더해주고, 쓸개즙은 지방 분해를 도와 흡수율을 높여준다. 점잖게 살만 발라 먹겠다면 구이건 회건 큰 게 낫다.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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