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수·미숫가루·누룽지 크래커… 수퍼푸드 귀리, K푸드 지평 넓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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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5-08-28
링크URL
https://www.chosun.com/special/special_section/2025/08/28/E6FEEZYSVJEN7HSYHQOOBSSD2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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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가 자유무역협정(FTA) 확산으로 글로벌 시장 개방이 가속화되면서 우리 농식품 산업도 거센 변화를 일으키고있다. 이 격동의 시기가 누군가에게는 기회가 되고 있다. 국내 농축산업계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가장 한국적인 맛으로 세계인 입맛을 사로잡는다’는 슬로건 아래,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으로 판로를 넓혀가고 있다. K푸드에 전후방산업을 플러스했다는 의미의 ‘K푸드 플러스(K-Food+)’ 수출액은 지난해 전년 대비 6.1% 증가한 130억3000만 달러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프리미엄화’와 ‘차별화’ 전략을 앞세운 농식품 혁신 기업들의 도전 등 K푸드 미래를 밝히는 핵심 동력을 살펴본다.

한때 ‘밥에 조금 섞어 넣는 보조 곡물’로 취급되던 잡곡이 기능·식감·가공기술이 더해져 글로벌 시장 공략의 주인공으로 떠올랐다.

△글루텐(밀·보리·호밀 등 곡물에 들어 있는 불용성 단백질) 프리 △저탄수화물 △식이섬유 △혈당·장(腸) 건강 △동물성 제품을 섭취하지 않는 식단 등 다양한 소비 트렌드가 맞물리며 귀리·율무·수수·조·흑미 등이 기능성과 지속가능성을 겸비한 차세대 식품 소재로 재조명되고 있다. 특히 귀리는 수용성 식이섬유(베타글루칸)·불포화지방·단백질을 동시에 갖춘 ‘수퍼푸드’로 꼽히며 미국·유럽·동남아에서 면류·간편식 등으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 해맑음농업회사, 전통 지식과 현대 가공기술 접목해 ‘K-잡곡’ 혁신

전남 고흥의 해맑음농업회사(해맑음)는 귀리의 ‘맛’과 ‘기능’을 동시에 살린 가공기술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농업에 미래가 있다’는 신념을 가진 귀농인들이 2009년 설립한 회사다. 남해 해풍과 큰 일교차, 긴 일조량 등 고흥의 자연 조건을 활용해 귀리·호라산밀·쌀·유자 등을 친환경 재배한다.

해맑음은 휴경(休耕) 농지를 임대해 경작지 복원에 나서고, 고령 농가의 농작업을 대행하는 방식으로 지역 상생 모델도 구축했다. 귀리가 가을 파종·봄 수확 작물인 점을 활용해 농한기 대체 작물 재배로 농가 소득 다각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귀리는 건강에 좋지만 맛의 차별성이 좀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에 해맑음은 ‘아무리 몸에 좋아도 맛이 없으면 다시 찾지 않는다’는 철학으로 귀리를 국수·미숫가루·셰이크·크런치·누룽지 크래커·분말 등 다양한 형태로 확장했다.

귀리는 본래 고소한 풍미를 지녔지만, 잘못 가공하면 산패취(酸敗臭·유기물이 산화되어 나는 불쾌한 냄새)가 발생할 수 있다. 해맑음은 수년간 배합·건조 조건을 조정해 산패 억제와 풍미 유지 공정을 표준화했다. 대표 제품인 귀리국수는 전통 건면 제작법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 귀리가루·우리밀·천일염을 반죽해 수작업으로 다중 압착하고 2~3일 자연 건조해 쫄깃하면서도 소화 부담을 낮췄다. 과거 장터에서 면발을 걸어 자연 건조하던 방식에서 착안한 이 공정은 2022년 ‘귀리국수 제조방법’ 특허로 이어졌다. 해당 제품은 해썹(HACCP·위해 요소 중점 관리 기준) 인증과 국내 최초 귀리국수 비건 인증까지 획득했다.


◇ 원물 경쟁이 아닌 가공·공정·맛의 차별화

해맑음의 수출 비중은 매출의 약 40%를 차지한다. 2019년 미국 진출 후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 채널을 확보했고, 현재는 캐나다·뉴질랜드로 판로를 넓혔다. 러시아 시장 진입도 준비 중이다. 흥미로운 점은 수출국들이 세계 주요 귀리 생산국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산 가공 귀리의 담백·고소한 풍미를 차별화 요소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원물(原物) 경쟁이 아닌 가공·공정·맛의 차별화가 K-잡곡의 글로벌 경쟁력을 좌우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송영섭 해맑음 대표이사는 “소비자가 실제로 찾는 맛을 끊임없이 연구하며 건강하고 맛있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넓혀가고 있다”며 “다만 소규모 기업은 해외에서 들어오는 대량 주문을 물류·설비 측면에서 감당하기 어려우니, 안정적 생산·유통 인프라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작 지원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


출처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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