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식품표시제 폐지 1년 더 늦춰

추천
등록일
2009-12-23
내용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유기가공식품 표시제 폐지가 1년 더 늦어질 전망이다.

식약청 식품안전정책과 관계자는 “2010년 1월1일부터 ‘식품 등의 표시기준’에 따른 유기가공식품 세부 표시기준을 삭제하는 것으로 행정예고(9월8일)했으나 최근 농림수산식품부가 준비가 미흡하다며 1년 더 유예해 줄 것을 요청해 와 2011년 1월1일로 시행일을 늦추기로 했다”고 최근 밝혔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도 같은 입장임을 밝혔다.

이는 농식품부가 지난 2007년 12월 ‘식품산업진흥법’에 유기가공식품 인증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한 이후 내년부터는 반드시 시행(식약청 표시제 삭제)하겠다고 여러차례 공언했던 입장에서 많이 물러선 모습이다.

식약청의 표시제가 문제되는 것은 농식품부가 이미 지난해부터 시행중인 유기가공식품 인증제의 효력을 유명무실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제도에 따르면 인증 받지 않은 제품에는 ‘유기’라는 표현을 쓰지 못하며, 이를 어겼을 때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이와는 별도로 식약청이 2000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유기가공식품 표시기준은 생산자가 임의로 표시기준 충족 여부를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생산자나 수입업자가 굳이 국내 또는 외국의 인증기관 인증을 받지 않고도 ‘유기’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길을 터 준 것이다. 한국식품연구원이 2007년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시중에 유통되는 유기식품의 88%가 정부 인증 없이 업체 임의로 표시한 것이었다. 이에 따라 농식품부는 올해 말까지만 식약청의 표시제를 유지하고, 내년부터는 임의로 ‘유기’ 표시를 한 제품들을 단속한다는 입장이었다.

이에 대해 식품업계와 주한 외교사절 등은 ‘일정이 촉박하다’며 시행을 늦춰 달라는 요구를 지속적으로 해 왔다. 반면 농식품부는 세계무역기구(WTO)를 통해 각국에 이미 알린 사항인데다, 1년 6개월의 충분한 유예기간을 가졌다며 일정대로 시행할 것임을 거듭 밝혔었다. 하지만 지난 16일 개정한 ‘유기가공식품 인증제도 운영지침’에는 식약청 표시제 삭제 내용이 없어지고, 유예기간을 1년 더 연장하는 것으로 방침을 바꿨다는 것이다.

이 같은 입장 변경은 무엇보다 업체들의 인증 신청이 저조한 것이 가장 큰 이유로 풀이된다. 11월 말 현재 유기가공식품 인증건수는 국내 62개와 수입 39개 등 101건에 불과하다. 4,000억원 규모에, 수천개 품목으로 추산되는 유기가공식품 시장상황에 비춰 볼 때 매우 미미한 실적이다.

문제는 이미 2년 가까이 유예기간을 줬는데도 인증제에 참여하지 않은 생산업체나 수입업체들이 1년 더 연장해 준다고 순순히 따라오겠느냐 하는 점이다. 또 식약청의 고시(표시제 삭제 1년 연장)가 아직 공식적으로 발표되지 않은 상황이어서 이에 따른 혼란도 우려된다. 이에 대해 식약청 관계자는 “빠른 시일 안에 고시될 수 있도록 국무총리실 등과 협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윤덕한 기자 dkny@nongmin.com

[출처] 농민신문, 2009/12/21

첨부파일

댓글쓰기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