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이 주는 선물, 우리 고추장 : 전북 순창 ‘고추장 익는 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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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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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창 고추장은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한 번 맛본 뒤부터 순창군수에게
진상을 지시했다는 일화를 가지고 있을 만큼 역사와 전통이 깊은 고추장이다.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 명성을 이어오는 순창 고추장은
전북 순창의 ‘고추장 익는 마을’에서 만날 수 있다.
 
글 박준영   사진 박나연

조상의 지혜와 자연이 빚은 최고의 양념, 순창 고추장

순창에 들어서는 순간, 따스한 날씨와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온 몸의 긴장을 풀어내기에 충분했다. 마을을 둘러싼 산과 나무들은 조금씩 빛을 바래며 새로운 계절을 준비하고 있었다.
마을 곳곳에 보이는 수많은 장독대들은 ‘고추장 익는 마을’에 다다랐는 것을 알려 주었다. 내리쬐는 햇살과 부드러운 바람 속에서 건실하게 마르는 태양초와 섬진강 상류의 맑고 깨끗한 지하 암반수는 고추장의 깊은 맛을 내는 원천임에 틀림없었다. 순창은 연평균 13°C의 기온으로, 사시사철 깨끗한 물이 흐르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 고추장을 발효시키는 데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 그래서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추장이라는 명성이 따라다니나 보다.
 
순창 고추장이 오랜 역사를 이어오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고추장이 된 것은 하늘이 내려준 자연조건 때문만은 아니다. 순창 고추장만의 차별화된 제조방식에서 그 특별함을 찾을 수 있다. 고추장은 보통 10월에서 이듬해 3월 사이에 담그는 양념이다. 순창 고추장은 남도의 따사로운 가을볕에 말린 태양초 고춧가루에 메줏가루, 찹쌀가루 등을 넣고 저온에서 천천히 숙성시킨다. 찹쌀의 함량이 높아 감칠맛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되고, 붉은 윤기가 자르르한 잘 마른 태양초로 색이 곱고 향이 좋은 것도 특징이다.
 
무엇보다 고추장의 깊은 맛은 어떤 메주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보통 간장용 메주로 고추장을 담그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순창에서는 콩과 멥쌀을 섞어 가운뎃 부분이 움푹한 도넛 모양의 고추장용 메주를 별도로 만든다. 이렇게 하면 공기와 닿는 부분이 많이 생겨 건조가 빨라지고, 발효시간을 단축시켜 더욱 구수한 향이 난다. 또한 음력 10월에 메주를 쑤는 다른 지역들과 달리, 음력 7월 전후 여름철에 메주를 쑨다. 장의 단맛을 내는 곰팡이는 온도가 높을수록 다량 번식하기 때문이다. 충분히 발효시킨 메주로 고추장을 담그면 맛이 깊고, 알싸하고 칼칼한 맛이 으뜸인 고추장이 만들어진다. 1년 내내 고추장을 만드는 장인의 손맛이 더해지는 것은 물론이다. 농산물을 길러내고, 배합하며 숙성시키는 모든 과정은 자연의 순리에 따르는 장인의 손에서 천천히 이루어진다. 땅에서 나는 모든 것이 제철에 이르러서야 제맛이 나고 좋은 영양을 품는 것처럼. 순창의 고추장은 조상의 지혜와 자연이 함께 빚은 최고의 한국 양념이라고 해도 손색없다.

고추장을 알고, 즐기고, 누릴 수 있는 곳

‘고추장 익는 마을’은 회문산 자락에 있는 순창 고추장 시원지 마을로, 인근 마을이 통합되어 브랜드화한 곳이다. 마을 주민 모두가 체험 프로그램과 체험에 필요한 농산물 재배에 참여하고 함께 운영하며 모두가 땀 흘려 일군 소중한 터다. 처음에는 마을 단위로 사업을 하다 보니 각자 추구하는 방향이 달라 다소 삐걱거리는 하였지만, 농촌이 농촌에 머물지 않고 도시민이 찾을 수 있는 곳이 되어야 한다는 공통된 생각으로 접점을 찾으며 지금의 ‘고추장 익는 마을’을 탄생시켰다. 그들이 공들여 일군 마을이라는 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코로나19 발생 이전까지는 1년에 2만 여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였고, 현재까지 총 32만 명이 ‘고추장 익는 마을’을 다녀갈 만큼 인기가 높다. 이어서 ‘대통령 표창 수상’,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표창’ 등을 수상하며 체험마을의 대명사가 되었다.
 
‘고추장 익는 마을’에서는 ‘고추장 만들기’부터 ‘고추장을 활용한 요리하기’까지 고추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 고추장에 보다 친근감을 형성해주기 위해 체험 연령대별로 차별화된 운영을 하고 있다. ‘고추장 익는 마을’의 최형민 팀장은 진행방식을 다르게 하여 모든 세대들이 체험 프로그램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하였다. “어린이들에게는 고추장 만들기와 함께 고추장을 활용한 떡볶이 만들기 체험을 하고 있어요. 고춧가루와 메줏가루 빨리 섞기 등 게임 요소를 넣었더니 호기심을 갖고 더욱 재밌게 체험을 즐길 수 있지요. 가족 단위로 체험할 때는 고추장을 넣은 비빔밥 만들기 같은 음식 만들기 체험을 하고, 외국인 관광객의 경우 고추장이 가지고 있는 시각적 매력 그 자체를 흥미로워해 고추장 만들기를 중점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고추장 만들기’에서 식혜물에 고춧가루와 메줏가루를 섞는 순간, 우리가 흔히 아는 붉은 고추장의 모습으로 바뀌는 장면은 어린이든 어른이든 할 것 없이 이목이 집중된다. 마을에서 직접 만든 고추장용 메주와 일반 메주를 비교하면서 순창 고추장만의 깊은 맛의 비결을 알아가는 것도 고추장 체험의 특별한 재미다. 고추장 외에도 순창의 또 하나의 특산품인 블루베리를 이용한 파이 만들기 체험도 인기 있는 체험 중 하나이다. 마을에서 특수 제작한 항아리 모양의 액세서리에 그림과 메시지를 담아 나만의 기념품을 만들어가는 즐거움도 있다. 모든 체험을 마을 주민이 함께 참여하고 운영하여 더욱 활기가 넘친다. ‘고추장 익는 마을’은 주민들과 함께 성장하는 곳이라고 불러도 부족함이 없다.

 
전통을 지키는 마을, 고추장을 누리는 마을

 
‘고추장 익는 마을’은 변화를 위한 새로운 시도를 모색하고 있다.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전통장을 지키는 것뿐만 아니라, 전통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알리기 위해 고추장 외에도 청국장을 이용한 제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청국장을 코코넛 코팅하고 동결건조하여 간식거리로 만들어 청국장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들에게도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하였다. 변화의 바람을 잘 타야 새로운 시대에 순조롭게 적응해 갈 수 있다는 것을 마을 주민들은 알고 있다.
 
우리 입맛은 점점 고추장보다는 외국에서 들어온 여러 가지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지고 있다. 요즘 사람들은 고추장, 된장을 만들어 먹는 것이 아니라, 당연히 사 먹는 식품으로 생각한 지 오래됐다. 심지어 전통장 문화는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을 정도로 대중에서 멀어졌다. ‘고추장 익는 마을’ 주민들은 요즘 사람들에게 잊혀져 가는 고추장 본연의 맛을 알리고 싶다. 하여 ‘전통장을 지키는 마을’, ‘언제든지 자연과 고추장을 누릴 수 있는 마을’로 남는 것이다. 자연의 시간과 그 자연의 흐름에 맞춰 변화하며 살아가는 마을 사람들의 은근함이 느껴진다.
가을은 볕과 바람으로 부단히 만물의 결실을 맺고 있다. 마당을 가득 채운 장독대에서 자연의 풍요를 담은 고추장이 익어간다. 하늘과 땅이 내어준 늦은 가을의 선물이다. 어디선가 희미하게 들리는 계곡물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회문산의 고즈넉한 가을 풍경에 잠시 마음을 담으니 속이 차오른다. 하늘과 땅의 좋은 기운이 몸을 따라 돈다.
 

‘고추장 익는 마을’의 간단 ‘고추장’ 만들기

재료 :
고춧가루 50g, 메줏가루 15g, 조청 10g, 소금 15g, 끓인 물 50mℓ,

만들기 :
？물기 없는 넓은 그릇에 조청(100g), 소금(15g), 끓인 물(50mℓ)을 넣고 소금이 녹을 때까지 잘 저어 주세요.
？ ？이 완전히 식은 뒤 고춧가루(50g), 메줏가루(15g)를 넣고 골고루 섞어 주세요.
？완성된 고추장은 보관 용기에 옮겨 담습니다. 뚜껑을 닫고 3개월 이상 실온에서 발효시키면 고추장 완성!
 
※ 고추장을 담글 때 끓여서 식힌 물 이외에 다른 물이 튀거나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 주세요.

‘고추장 익는 마을’의 대표 체험 프로그램 소개

· 순창 전통 고추장 체험
순창 ‘고추장 익는 마을’에서만 느껴보고 맛볼 수 있는 전통 순창 고추장 담그기 체험. 순창 고추장의 유래지 마을에서 경험하는 최고의 인기 체험으로, 전통 고추장 제조 기능인이 전수해 주는 체험.
 
· 떡볶이 만들기 체험
직접 만든 전통 고추장으로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아도 매콤하고 감칠맛 나는 떡볶이를 직접 요리해 보는 체험.
 
· 발효 항아리 체험
순창 ‘고추장 익는 마을’에서 특수 제작한 항아리 모양의 매직 항아리에 메시지나 그림을 그려 꾸민 후 오븐에 구워 액세서리를 만들어 보는 체험.
 
· 블루베리 파이 체험
순창의 또 하나의 특산품 블루베리를 이용해 블루베리 파이를 직접 만들어 보는 체험.
 
※ 이 외에도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있으며, 시기에 따라 운영
프로그램이 상이할 수 있으므로 방문 전 순창 고추장 익는 마을 누리집(www.gochujangvillage.com), 전화(063-653-7117) 문의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