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덜 쓰는 게 돈 버는 일”… ‘고물가 시대’ 배달시장 위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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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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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사는 직장인 김지우(32)씨는 고물가 시대를 헤쳐가는 첫 번째 생활 방식으로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지우기를 선택했다. 1인 가구이다 보니 음식을 사먹는 게 경제적이라고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외식비 증가에 배달비까지 오르면서 소비 자체를 줄이는 게 낫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김씨는 “배달앱 VIP 고객이라 지우는 데 용기가 필요했지만, 한 달 정도 지내보니 전혀 문제가 없었다. 지금은 덜 쓰는 게 돈 버는 일 같다”고 13일 말했다.


배달앱 이용을 줄이는 소비자가 늘면서 음식배달 서비스 시장이 주춤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로 외식이 가능해진 게 가장 큰 이유다. 여기에 배달비 인상, 배달 수수료 인상 등으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고물가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도 더해진다.


통계청의 온라인 쇼핑동향에 따르면 지난 7월에 배달앱 등을 이용한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5조6783억원으로 6월(25조8729억원)보다 1946억원(-5.4%) 감소했다. 통계청이 온라인 음식서비스 시장 동향을 조사한 이후 처음으로 거래액이 줄어든 것은 지난 5월의 일이었다. 지난 4월 18일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제한 게 결정타였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빅데이터 활용 외식업 경기 분석’ 보고서에서도 이런 추세는 확인된다. 지난 5월에 외식업 매출 가운데 배달앱 매출은 전월 대비 1.8% 감소했다. 5월의 전체 외식업 매출액은 11조4740억원으로 4월보다 12.5% 늘었으나 배달 매출은 줄었다.


최근 불거진 ‘쿠팡이츠 매각설’도 이런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쿠팡이 레드오션으로 전락하는 배달시장에서 발을 뺄 것이라는 추측을 바탕으로 매각 루머가 등장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쿠팡이츠는 “매각설은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허위사실과 거짓 루머를 퍼트리는 행위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하는 등 단호하게 대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배달 업계의 진단은 조금 다르다. 최근 상황을 두고 ‘시장이 위축되고 성장이 하향세를 걷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한다. 엔데믹 시대에 배달앱 이용자의 감소는 충분히 예견된 일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배달앱 시장이 비정상적으로 급성장했지만, 이제 정상 속도를 찾아간다는 설명이다. 대신 배달의 편리함을 경험한 소비자들과 외식업 종사자들이 배달 시장을 쉽게 떠날 수 없다고 본다.


그러나 배달 업계는 소비 침체를 우려한다.


업계 관계자는 “성장이 둔화할 수 있겠지만 이미 탄탄하게 만들어진 배달 시장이 내리막길을 걷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물가 상승에 경기침체까지 겹치면서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 이건 또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국민일보 문수정 기자

* 기사, 썸네일이미지 출처: https://news.kmib.co.kr/article/view.asp?arcid=0924263571&code=11151400&cp=n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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