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농업 복합문화공간 '루트스퀘어': 초록빛 머금은 느릿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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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4-08-29
내용

태양이 온몸을 녹일 만큼 뜨거운 볕을 내리쬐는 가운데도 이 계절은 시선이 닿는 곳마다 초록을 가득 머금는다.

눈이 시릴 듯이 시야를 가득 채우는 짙은 초록빛을 마주하고 있노라면

몸을 데우던 더운 공기는 한 걸음 물러나고어느새 맑고 청명한 바람에 둘러싸인다.

소란스러운 도시를 뒤로 하고 잔잔한 자연 속에 나를 내맡긴다.

농촌은 그렇게 여행자를 품는다.



기술과 문화가 연결되고 농촌의 문화가 뿌리내리는 공간

서울에서 차로 한시간 남짓 가다 보면 충북 진천 '루트스퀘어(Root Square)'에 닿는다.
스마트팜 솔루션을 제공하는 애그테크(Agtech) 기업 '만나CEA'가 미래 농촌 사회의 모습을 꿈꾸며 만든 이곳은
6,000평 규모의 카페와 식당을 비롯해 전시와 체험, 교육, 공연 등 다양한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미래 농업 복합문화공간이다.
식물의 뿌리를 뜻하는 루트(Root)과 사람들이 모이는 광장(Square)을 붙여
기술과 문화가 연결되고 농촌의 문화가 뿌리내리는 공간을 이루고자 했다
.

루트스퀘어는 '도시 위주의 문화에서 탈피한 농촌에 적합한 문화 공간은 무엇인가?'
나아가 '농업기술과 문화가 연결되는 미래 농촌 사회의 모습은 어떠한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
농업과 농촌이 주는 본질인 생명력을 느낄 수 있는 공간, 루트스퀘어에서 단연 인상적인 공간은 스템가든이다.


자연스럽게 '흐르는' 공간에서 쉼을 누리다


스마트팜과 카페를 겸한 문화 공간 스템가든'은 작은 개울과 식물이 가득한 실내 정원으로,
루트스퀘어의 중심에 자리 잡고 있다. 스템가든에 들어서면 탁 트인 공간에 자연을 그대로 들여온 듯하다.
공간을 가득 채운 풀과 이끼 향이 후각을 자극하며 숲속에 온 듯한 느낌을 준다.
나무데크 길 사이사이로 식물들이 자라고 작은 개울물이 흐른다.
건물 내에서 물이 순환하도록 설계해 자연이 '계속해서 흐를 수 있도록조성되어 있다.
실내인지 실외인지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로, 숲을 끌어다 놓은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짙은 풀 향, 눈 속에 가득한 녹음, 그리고 물 흐르는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으면 온전한 편안함이 찾아온다.

높은 층고에도 숲을 이루는 그늘막이 있고, 채광도 놓치지 않은 공간 구조는
건축가와 수백 번의 논의 끝에 만들어졌다
.
넓은 공간을 채우는 자연의 아우라는 하나하나 사람의 손을 거치지 않은 것이 없다.
한정된 비용으로 부족하지 않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이지 않는 큰 노력이 필요했다.
그중 하나는 나무 데크 길이다. 반듯해 보이는 나무 데크는 폐교에 버려졌던 것을 가져와 재사용했다.
버려진 자원을 다시 사용해 비용을 절감하는 동시에 자연을 순환하는 길을 택했다.
그런 고민 덕분인지 루트스퀘어가 주는 아우라는 소박하면서도 아름답다.


농장에서 식탁까지, 자연의 신선함을 경험하다


공간의 아름다움에 넋을 놓게 되지만, 사실 루트스퀘어는 농장에서 식탁까지 연결되는
우리 농업을 직접 경험하고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방문객이 가장 먼저 만나는 곳은 스마트팜 쇼룸이다.
이곳에서는 막연하게 생각될 수 있는 스마트팜이 우리의 일상에 얼마나 가까이 들어와 있는지를 보여준다.
식물이 재배되는 식물재배기를 관람하면서, QR코드로 접속해 이를 작동하고 체험해 볼 수 있다.
환경 제어와 데이터를 통해 운영되는 스마트팜과 미래 농업기술을 만난다.

농업 시스템을 만나본 뒤에는 스마트팜에서 키운 채소로 만든 음식과 샐러드, 디저트를 맛볼 수 있다.
루트스퀘어에 있는 식당 소바공방에서는 스마트팜에서 직접 키운 채소로 만든 식사를 할 수 있고,
카페에서는 직접 기른 바질로 만든 케이크와 음료를 맛볼 수 있다.
이 외에도 아쿠아포닉스 농법으로 자란 케일, 루꼴라, 레디믹스 같은 채소를 인포데스크에서도 구입할 수 있어,
농장에서 식탁까지이어지는 신선함을 경험해 볼 수 있다.


누구나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


스템가든 앞 잔디 마당은 아이들과 반려동물도 함께 뛰어놀 수 있는 곳으로,
'삼촌농장'과 협업해 가족이 함께하는 체험 농장도 마련했다.
삼촌농장은 스마트팜 시설에서 휴식할 수 있는 프라이빗한 공간으로,
시즌별로 농산물을 직접 수확할 수 있고 여름철에는 물놀이장으로 운영되기도 한다.
아이들과 함께 넓은 공간에서 안심하고 뛰어놀 수 있어 이용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견학 프로그램을 통해 만나CEA의 스마트팜에 대한 소개와 체험도 직접 들을 수 있다.
아쿠아포닉스 스마트팜의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스마트팜을 직접 관람할 수 있다.
특히, 아쿠아포닉스 재배기의 양액을 공급하는 양식장도 직접 볼 수 있는데,
여기에서는 철갑상어와 장어, 쏘가리 등 다양한 민물고기가 자라고 있다.

또한 교육, 세미나를 통해 미래의 농업 기술을 전하고,
농촌의 삶을 미리 경험해 볼 수 있는 청년 마을 프로젝트를 매년 이어 나가고 있다.
북 라운지에는 누구나 들러 농촌에서의 삶을 고민해 볼 수 있도록 다양한 서적을 준비해 두었다.

루트스퀘어는 무엇보다 지역 주민들과 함께하는 광장으로 존재한다.
지역 주민들의 결혼식이 열리고, 재즈 공연이나 클래식 연주회,
때로는 예술 작품을 전시하는 갤러리로 이용되기도 한다.
올해는 하반기에 플리마켓과 공연 등을 준비하고 있다.
루트스퀘어는 다양한 지역 주민이 함께 채워 나가는 공간, 사람이 웅성거리는 광장이 되기를 바라고 있다.


농촌에서 누리는 온전한 하루


농촌에서 온전하게 머물고 싶다면 루트스퀘어 스테이를 추천한다.
농촌에서의 삶을 고민한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이 설계한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루트스퀘어는 지난 2022년 오픈과 함께 '2022 코리아 하우스비전전람회를 열었다.
일본의 유명 그래픽 디자이너인 하라 켄야가
미래의 주거 환경과 라이프스타일을 연구하기 위해 만든
이 전람회는 2013년과 2016년 일본 도쿄, 2018년 중국 베이징에 이어 2022년에는 한국
 루트스퀘어에서 개최했다.
보통 건축물 전람회는 전시 기간 이후에는 철거하는 것이 일반적인데, 한국 개최 때는
전람회 후에도 건축물이 남을 수 있도록 정식 인허가를 받는 조건으로 작업을 지원했다.
감상하는 집에서 경험하는 집으로 재탄생하게 된 것이다.

 

교감하는 집에서는 하라 켄야가 주말 주택을 고민하며 설계한 양의 집을 누릴 수 있다.
안과 밖의 경계를 흐려 오감으로 자연을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된 이곳은
텃밭을 가꾸는 삶을 살며 자연과 마주한다는 의미에서
교감하는 집으로 이름 붙여졌다.
가장 많은 사람들이 찾는 작은 집은 건축가 최욱의 작품이다.
식사 공간, 수면 공간, 사색 공간으로 총 3개의 작은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공간 사이사이에는 마당과 같은 여백이 있어 단출하면서 고요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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층 서재의 통창을 통해 해가 뜨고 지는 시간에 넓은 하늘이 움직이는 모습을 온전히 마주할 수 있다.
서서히 어둠이 물들어가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다시 밝게 떠오른 시간에는 조용히,
그러나 제각기 게으름 없이 움직이는 농촌의 삶을 만난다.


고요하지만, 집중된 삶, 이토록 단순하고 선명한 시간


여름 볕이 뜨겁게 내리쬐는 날에도, 먹구름이 하늘을 가득 채운 날에도,
이곳에서의 아침은 어스름한 빛과 함께 잔잔하게 다가왔다.
도시에서는 누리기 쉽지 않은 고요와 바람에 풀 흔들리는 소리,
이곳저곳에 두서없이 피어난 들꽃의 움직임까지도 자연스럽게 머물고 존재하는 공간.

국내 1세대 조경가 정영선 선생은 한국 조경의 미학을
검이불루 화이불치’ (검소하되 누추하지 않고 화려하되 사치스럽지 않다)라고 하였다.
땅과 자연의 본바탕에서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을 끌어내는 것.
농촌에서 보낸 하루가 그러하였다.

누추하지도 않고 사치스럽지도 않은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이 바로 이곳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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