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건조로 깊은 단맛… 호랑이도 무서워한 '국가대표 상주곶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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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0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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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장 특산물
자연건조로 깊은 단맛… 호랑이도 무서워한 '국가대표 상주곶감'


상주곶감 말리는 모습- 저작:한국일보

곶감만큼 경쟁이 치열한 특산물도 없다.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이 감탄했다는 산청 곶감과

고종 황제에 진상했다는 함양 곶감을 비롯해,

신사임당 강릉 곶감, 전북 완주 곶감, 충북 영동 곶감 등 전국 각지에서

손에 꼽기 힘들 정도로 많은 곶감이 한국인 입맛을 놓고 다툰다.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인기 비결은

껍질을 벗긴 감을 천천히 말려 부드럽고 쫄깃한 식감,

초콜릿에 버금가는 단맛이다.

그러나 어느 분야든 국가대표는 있기 마련.

국내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경북 상주 곶감이 그 위치에 있다.

상주는 국내 최고령(750년) 감나무 보유 지역으로,

호랑이보다 무서운 곶감 이야기가 전래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찾은 경북 상주의 ‘상주한시곶감’

건조장은 설 대목을 앞두고 상품 출하 준비에 여념이 없었다.

한쪽에선 두어 달 전 수확해 깎은 감이 덕장 걸개에 걸려 야위어가고 있었고,

그 옆에선 주황색으로 탐스럽게 익은 반건시 곶감이 크기와 무게로 선별돼 포장장으로 넘어갔다.

차원근(46) 상주한시곶감 대표는

“지금부터 포장해서 영하 26도 냉동고에 재었다가 설 전에 본격 출하한다”고 말했다.


자연 건조 곶감이라지만, 건조장에선 파란 하늘을 볼 수 없었다.

차 대표는 “많은 사람이 곶감을 가을 햇볕에 말려 만드는 줄 아는데,

타닌 성분 때문에 볕에서 말리면 검은색으로 변한다”며

“차양막을 친 건조장에서 습도를 관리하면서 말려야 이런 색이 나온다”고 말했다.


상주곶감 말리는 모습 - 저작:한국일보


고른 품질과 곰팡이 문제와 직결되는 습도 조절을 위해서도 별도의 건조장이 필요하다.

요즘엔 껍질을 깎은 감을 넣으면 4, 5일 만에 곶감으로 '뚝딱' 만드는 기계가 있지만,

낮엔 홍시가 되고 밤에 어는 과정에서 마르는 자연 건조 곶감의 깊은 단맛을 따르지 못한다.


이 업체를 포함해 지리명 ‘상주’를 달고 나오는 자연건조 곶감은

이 건조 방식을 충족해 산림청 지리적표시특산물 제12호로 등록돼 있다.

2019년엔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도 지정돼 있고, 2005년엔 곶감 특구로도 지정됐다.

상주에선 감 작황에 따라 변동은 있지만, 연간 3,000여 농가에서 1만 톤 이상의 곶감을 생산한다.


상주 곶감이 국내 최고 자리를 변함없이 지켜온 데에는 무엇보다 ‘상주둥시’로 불리는 감 품종에 있다.

상주지역에서 오래전부터 재배됐다는 둥근 모양의 떫은 감이다.

백두대간을 따라 이어지는 소백산맥, 낙동강 사이 배수가 양호한 비옥토,

그리고 온화한 기후는 상주를 최적의 재배지로 만들었다.

상주시 관계자는 “16세기 때부터 감이 재배됐다는 기록(신증동국여지승람)이 있다”며

“상주 곶감의 깊은 맛은 둥시와 함께 깊은 역사에서도 나온다”고 전했다.


통상, 감을 말린 것을 곶감으로 통칭하지만,

건조 정도에 따라 건시와 이보다 부드러운 반건시로 구분된다.

깎은 감이 반건시가 되는데 45일이 걸리고, 이를 건시로 만들기 위해선

이보다 보름 더 자연에서 말려야 한다.

차 대표는 “요즘엔 딱딱한 건시보다 먹기 좋은 반건시가 더 많이 나간다”고 귀띔했다.

이가 약한 어른들이 더 선호하기 때문에 납득이 되는 대목이다.

게다가 곶감에는 비타민 A가 사과보다 6배 많아, 숙취 해소에 좋고

항혈전작용, 혈액 순환, 면역력 증강에도 도움이 된다고 알려져 있다.


곶감이 한국인의 먹거리로 자리 잡았지만, 한국에서만 즐기란 법은 없다.

최근 한식이 각국에서 인기를 끌면서 곶감을 찾는 나라가 많아졌다.

상주에선 최근 미국과 베트남으로 첫 수출길이 열렸다. 대부분 한인 마트에 깔리지만,

이렇게 뚫은 뒤 시간을 투자하면 현지인들에게도 알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상주시 관계자는 “서구에선 감이 배변에 장애를 일으킨다는 이유로 선호되지 않지만,

곶감으로 소비할 경우엔 이야기가 달라진다”며

“냉동유통 기술도 점점 좋아지는 만큼 수출길은 더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일보 정민승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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