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 찌르는 축산농가 악취, 미생물로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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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2-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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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진흥청과 국민연금관리공단 등 공공기관이 몰려 있는 전북혁신도시는 고질적인 악취 문제가 심각하다. 호남고속도로 여산휴게소 부근을 지나는 운전자들도 악취 때문에 민원이 계속되고 있다. 두 지역 냄새는 전북 익산시 왕궁면과 김제시 용지면의 양돈농가 밀집 지역이 진원지다. 지자체 등이 발 벗고 나서 축산농가에서 나오는 악취를 잡기 위해 노력해 왔지만 별다른 해법이 없었다.


농촌의 골칫거리인 축산농가의 악취를 잡기 위한 의미 있는 실험이 전북 장수군에서 진행 중이다. 건강에 이로운 미생물균(live microorganism)을 활용한 ‘에코프로바이오틱스 사업’이다. 군 전체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한 실험으로는 전국 첫 사례다.


지난 24일 전북 장수군 장수읍 대성리 ‘행복한 농부’ 농장. 2400㎡ 규모의 이 농장에서는 8개 동에서 돼지 1000여마리를 키운다. 농장주 양승철씨(60)는 “지난해부터 실험대상 농장으로 선정돼 유산균·효모균을 먹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료를 달리 쓴 후부터 돼지들은 소화가 잘되고 방귀 등 가스 배출이 줄면서 발육상태가 눈에 띄게 좋아졌다.


이런 노력 덕분에 축사에 진동하던 암모니아 가스 악취가 확 줄었다. 양씨는 “마스크를 벗고 막사를 출입할 정도로 냄새 문제가 개선됐다”고 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농장 폐쇄를 요구하는 플래카드를 걸고 민원을 제기하던 이웃 주민들은 올해 들어 “냄새를 어떻게 잡았나? 고생했네”라며 어깨를 두드려 준다고 한다.


에코프로바이오틱스 사업은 장수군 내 전체 축산농가를 대상으로 2년째 진행 중이다. 돼지의 경우 20여농가 3만여마리가 대상이고, 한우는 300여농가 1만1000마리가 해당됐다.


농민들은 무상으로 받은 사료첨가제를 가축에게 먹이고 환경개선제, 분뇨처리제 등도 함께 사용했다. 30여억원의 비용은 농림부와 장수군이 절반씩 부담했다.


환경부 시험분석공인인증기관인 ‘시흥녹색환경지원센터’가 지난 6월 분석한 실험결과는 고무적이다. 돈사 내 악취 오염도는 코로 맡는 관능테스트에서 종전보다 평균 58%나 감소했다.


지정악취 물질인 암모니아(NH3), 악취 및 발암물질로도 알려진 페놀(C6H6O), 자극적이고 불쾌한 냄새를 유발하는 프로피온산(CH3CH2CO2H) 모두 줄었다. 양돈 농가 악취의 또 다른 원인인 슬러지(배설물)도 호기군(산소 요구 미생물)이 196% 증가한 반면 악취를 유발하는 혐기균은 12% 줄었다.


최훈식 장수군수는 “효과·효능이 검증된 미생물을 활용하는 ‘에코프로바이오틱스 사업’을 통해 금강·섬진강 발원지로서 1급수 유지, 대한민국 청정 축산의 1번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았다”고 말했다.


경향신문 박용근 기자

* 기사, 썸네일이미지 출처: https://www.khan.co.kr/local/Jeonbuk/article/20220927214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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