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생산·유통 철저하게 관리…가공식품 꺼릴 이유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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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1-11-04
내용

농수축산물에 식품첨가물 넣어

가공·냉동·포장기술 발달하며

가정식 못지않게 품질 뛰어나


서양의 빵·햄·소시지가 출발점

19세기 통조림 나오며 본격 발달

식품 유통기한 획기적으로 늘려


가공식품에 넣는 식품첨가물

가정식 양념과 다르지 않아

식품전문가 불안 부추기기도


가공식품


소비자를 유혹하는 가공식품이 넘쳐난다. 맛·향기·색깔·품질이 모두 화려하고 매력적이다. 

가정에서는 흉내조차 내기도 어려울 정도다. 그런데 소비자의 입장이 편치 않다. 

소비자의 건강·안전보다 눈앞의 이익을 위한 노이즈 마케팅에 더 신경을 쓰는 제조사를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품질·안전 관리도 만족스럽지 못하다. 

가공식품에 대한 엉터리 정보도 쉽게 눈에 띈다. 

그렇다고 바쁜 일상에서 가공식품을 완전히 외면해버릴 수도 없다. 그야말로 진퇴양난이다.


가공식품은 식용으로 쓰는 농산물·수산물·축산물에 다양한 식품첨가물을 넣어서 대량으로 가공한 제품이다. 

가공·냉동·포장 기술이 발달하면서 종류도 늘어나고, 품질도 개선되고 있다. 

가정에서 소비하는 가정식과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가공식품도 많다. 

전통적인 방법으로 음식을 조리할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는 소비자들에게는 기적과도 같은 제품이다.


가공식품은 서양의 오랜 전통 소비문화다. 전문적인 기술과 시설을 갖춘 장인들이 생산한 빵·햄·소시지 등이 가공식품의 출발이었다. 

통조림을 비롯한 포장 기술이 발달한 19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발달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김치·간장·된장을 비롯해서 거의 모든 먹거리를 가정에서 직접 만들어 먹는 전통을 가진 우리에게 가공식품은 몹시 낯선 것이다. 

우리가 가공식품을 본격적으로 소비하기 시작한 것은 반세기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식량을 자급자족하던 시대는 오래전에 지나갔다. 

인구가 늘고, 사회적 분업이 일상화되면서 식량의 생산과 소비가 완전하게 분리되었다. 

누구나 텃밭에서 야채를 재배하고, 수탉의 새벽 울음소리를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싱싱한 신선식품을 마음껏 구입해서 소비할 수 있는 경제적·시간적 여유를 가진 소비자는 많지 않다.


식품의 가공은 쉽게 부패·변질될 수밖에 없는 농수축산물의 유통·활용기간을 연장시키는 가장 현실적인 수단이다. 

부패·변질을 방지해서 유통기한을 늘리는 기술이 식품 가공의 핵심이다. 

파스퇴르가 개발한 저온살균법이 대표적이다. 

저온살균을 하지 않은 우유는 대규모 유통이 불가능하다. 

진공이나 질소 충전 포장도 새로운 기술이다. 

최근에는 냉장·냉동 기술의 활용도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가공식품의 생산·유통 과정은 식품위생법·식품표시광고법 등에 따라 정부가 철저하게 관리한다. 

가공식품의 종류와 품질을 규정한 '식품공전'도 있고, 가공식품에 사용하는 식품첨가물에 대한 '식품첨가물공전'도 있다. 

제조 과정의 위생 상태를 관리하는 HACCP 제도도 있다. 

가공식품 관리를 전담하는 식품의약품안전처도 있고, 경찰·검찰·관세청·검역원과 시·군·구청도 

가공식품의 생산·유통 과정을 '매의 눈'으로 살펴보고 있다.


제조사가 가공식품에 대한 사회적 불신을 자초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제조사가 사용하는 재료와 공정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도 애써 외면해버린다. 

오히려 소비자의 얄팍한 감성을 자극하는 요란한 광고로 혼란을 부추기는 일에 더 바쁘다. 

제조사의 광고만 보면 만병통치의 불로초나 요정들의 암브로시아가 따로 없다. 

법으로 금지된 부당한 표시·광고의 경계를 무시로 넘나든다. '질병의 예방·치료에 효능이 있거나, 

의약품을 인식할 우려'가 있는 표시·광고는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다.


식품과학·보건의료 전문가들도 소비자들의 불안을 부추긴다. 

가공식품이 인체에 유해한 식품첨가물 범벅이라고 우기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식품첨가물은 가공식품의 제조·가공·조리·보존 과정에서 감미·착색·표백·산화방지 등의 목적으로 사용하는 물질을 가리키는 법률 용어다. 

가정에서 조리할 때 사용하는 양념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이다. 

양념을 넣지 않으면 음식을 조리할 수 없듯이 식품첨가물을 사용하지 않으면 가공식품을 생산·유통할 수 없다.


가공식품에 사용하는 '보존제'를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나타내는 '방부제'라고 불러서는 안 된다. 

물론 박테리아·곰팡이·기생충을 제거하는 살생물질을 너무 많이 사용하면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렇다고 보존제를 사용하지 않으면 생산·유통 과정에서의 부패·변질을 감수해야만 한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미생물에 의해 부패·변질된 가공식품에 의한 피해가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보존제를 넣지 않아서 쉰내가 나는 물티슈가 유통되어 논란이 된 경우도 있었다. 

보존제는 정부가 정해놓은 '허용기준'에 따라 사용한다. 

허용기준보다 많은 양의 보존제가 들어 있는 가공식품은 법을 지키지 않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소비자의 건강에 대한 우려는 지나친 것이다.


MSG 제조사들의 광고 전쟁을 걷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증폭시켜놓은 것은 무책임한 언론 보도 때문이었다. 

음식의 생리적 기능을 떠들썩하게 강조하는 보도도 믿을 것이 아니다. 

홈쇼핑과 연계된 쇼 닥터들의 엉터리 건강·식품 정보에 대한 강력한 규제도 필요하다.



출처 : 매일경제 (이덕환 명예교수)

원문링크 : https://www.mk.co.kr/news/business/view/2021/11/1044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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