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이 좀 못생기면 어때? 못난이들의 '식탁 반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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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21-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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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감자

못난이 감자. 어글리어스 인스타그램 캡처


농산물이 식탁에 오르기까지는 심사를 여러 번 통과해야 한다.

혹이 난 감자, 다리가 두 개인 당근, 흠집 난 사과는 일단 예선 탈락.

아무리 맛 좋고 영양가 높다 한들 마트 진열대조차 오를 수 없다.

소비자는 사과 한 알을 사도 '예쁜 사과'를 고른다.

갈 곳 없는 '못난이 농산물'은 폐기만이 유일한 답처럼 보였다.


'지속 가능한 식탁'을 추구하는 소비자들이

이 잘못된 관행을 깨고 있다.

주로 환경과 건강에 관심이 많은 소비자들이다.

이들은 오히려 못난이만 찾아 먹는다.

기존에도 못난이 농산물을 대량 혹은 가공용으로

때때로 사고파는 시장은 있었지만,

최근에는 가정에 소량으로 판매하는 유통 시장이 늘고 있다는 게 차이다.


못난이 농산물 폐기로 '자원 낭비', '환경오염' 심각


대형마트 사과 진열

지난달 6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사과가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스키 강사인 이종욱(36)씨는

8개월째 국내 한 업체에서

못난이 농산물 꾸러미를 정기 구독하고 있다.

해외 스키장에서 오래 일하면서 기후변화를 체감한 게 계기가 됐다.


그는 "예전에는 산 아래까지 눈이 왔다면

요즘에는 산 중턱까지는 비가 내리고

산 위로만 눈이 오거나 눈이 안 와 스키장 개장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다양한 채소를 먹으면 건강에도 좋고,

유통되지 못해 버려질 농산물을 받으면

환경에도 굉장히 도움이 된다고 생각해 구독을 시작했다"고 말했다. 


못난이 농산물을 버리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관행이 아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상품성이 떨어져 폐기 처분되는 농산물이

매년 13억 톤(2019년 기준)에 달한다.

전 세계 음식물 소비량의 3분의 1 수준이다.


못난이 농산물 정기 구독 서비스, '어글리어스'의 최현주 대표는

"같은 땅에서 똑같은 물 먹고 정성을 받아 잘 자란 작물을

시장이 임의로 만든 기준에 맞지 않는다고 버리는 구조는 상식적이지 않다"며

"노동력, 물, 에너지 낭비인데다

폐기 처리 비용도 추가로 발생한다"고 말했다.

폐기(매립)된 농산물은 썩는 과정에서 메탄가스를 방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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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난이 농산물 정기 구독 박스. 어글리어스 인스타그램 캡처



일찌감치 이 문제를 공론화한 해외에서는

마트에서 시세보다 30~50% 저렴한

못난이 농산물을 쉽게 볼 수 있다.


프랑스 대형 마트인 '엥테르마르셰'에서는

'못생긴 당근, 수프에 들어가면 상관없잖아'라는 슬로건을 내건 캠페인을 시작으로

못난이 농산물을 꾸준히 판매하고 있고,

미국의 '미스피츠 마켓(Misfits Market)' '임퍼펙트 푸드(imperfect Foods)'처럼

산지와 가정을 연결하는 서비스도 인기다.


못난이 농산물은 품질 나쁜 농산물? "자연스럽게 자랐을 뿐"


못난이 농산물

못난이 농산물의 모습. 어글리어스 인스타그랩 캡처


못난이 농산물이 된 사연은 지극히 사소하다.

너무 작거나 큰 경우가 가장 많다.


유통 업체가 130g 이상 당근만 받겠다고 하면

120g 당근은 비규격품, 못난이가 된다.


오이가 곧게 자라지 못하고 좀 굽어도, 가지나 피망 표면이 살짝 긁혀도 이들을 받아주는 곳은 없다.


당근은 높은 비율로 다리가 여러 갈래로 자라는데

뿌리채소 특성상 땅속의 돌멩이나 단단한 부분을 피해 자라면서 나타난 자연스러운 결과다.


채식주의자로 주로 친환경 농산물을 구매해 온 임희선(34)씨도

올 초부터 못난이 농산물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이런 소비가 "지구에서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해서다.

그는 "못난이 농산물이라고 해도 눈에 띄는 특이한 모양이기보다는

시장에서 원하는 모양이나 크기가 아니거나

과잉 생산돼 시중에 납품되지 못한 채소들이 많더라"며

"산지에서 바로 오니 더 싱싱해서 좋다"고 말했다.



신문지에 쌓여 온 고구마

어글리어스의 경우 농산물 포장에 신문지, 펄프 용기, 생분해 비닐과 같은 소재를 쓴다. 신문지에 쌓여 온 고구마. 임희선씨 유튜브 캡처.


오히려 못난이들이 더 건강한 환경에서 자란,

더 맛있는 채소인 경우도 많다.


최 대표는 "비대제, 착색제 등

농산물을 예쁘게 만드는 여러 약제들을 안 쓰면

색이 선명하지 않고 얼룩덜룩하거나 크기가 들쭉날쭉하게 자라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소비자들은 맛이 없다든지 품질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흠집이 난 과일, '흠과'가 더 맛있다는 것은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당도가 높으면 그만큼 새나 벌레의 표적이 되기 쉽다.


최 대표는 그러면서 "자연스러운 생산 환경에서 자란 농산물일 뿐"이라며

"못난이 농산물이 '품질 나쁜 농산물'이라는 시장의 인식이 바뀔 때"라고 강조했다.



 - 출처: 한국일보 송옥진 기자
* 기사원문은 링크를 통해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https://www.hankookilbo.com/News/Read/A202107281912000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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